◎북, 대미카드위해 양보거부 판단/“시료채취 없는 재사찰은 무의미” 북한핵문제는 유엔안보리가 지난 3월31일 설정한 「5주의 유예기간」을 소진해 감에 따라 다시금 긴장의 국면을 맞고 있다. 현재 북한은 「핵연료봉교체 공개」와 「재사찰 수용」이라는 두가지 카드를 꺼내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려 하고 있으며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핵의혹에 대한 실질적인 검증이 없다면 유엔의 제재가 당연히 수반될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제시한 카드와 미·IAEA의 실질적 검증사이에서 「접점」이 발견되지 못할 경우, 북한핵문제는 국제적 제재의 수순으로 이어지게 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7일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현재의 「미묘한 상황」에 대한 우리의 명확한 입장을 설정했다. 즉 북한이 원자로의 핵연료봉 교체시에 IAEA의 입회와 사찰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유엔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결론지은것이다.
이에 앞서 북한는 미국에대해 추가사찰은 받을 용의가 있으나 연료봉교체시의 시료채취는 허용할 수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어 김영남북한외교부장은 IAEA 한스 블릭스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독자적으로 연료봉을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고 IAEA는 이에 대해 『그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의 정면도전』이라고 맞받았다.
미국과 IAEA는 지난 2월 15일과 25일 미·북·IAEA간에 합의된 대로 북한이 사찰을 받는다면 북·미3단계회담을 연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지난 3월의 사찰에서 불완전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재사찰을 받으라고 북한에 요구하고있다. 그것이 5㎿원자로 연료봉교체의 입회든, 혹은 방사화학실험실의 글러브박스 재사찰이든 핵안전의 연속성 담보와 폐연료봉(사용후 연료)의 전용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면 3단계회담의 여건은 성숙했다고 판단한다는것이다.
반면 북한은 역시 미·북·IAEA간의 합의에 따라 3월의 사찰(임시 및 통상사찰)을 실시한 만큼 3단계회담을 열어 향후의 문제를 협의하자는것이다. 북한은 IAEA가 지난번 사찰이 불완전했다고 판단된다면 추가사찰을 하라는것이고 그 이상의 문제, 즉 특별사찰에 관련된 부분은 북·미3단계회담에서 일괄적으로 협의하자는것이다. 또 연료봉교체는 당연히 해야하는것인만큼 IAEA가 입회하는것은 무관하나 시료를 채취하는등의 새로운 사찰은 허용할 수 없다는것이다.
우리정부가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시료채취가 안된다면 재사찰의 의미가 없는것이므로 북한핵문제는 다시 유엔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린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북한이 어떻게든 조만간에는 「완전한 재사찰」을 허용하지 않을것으로 판단하고 일단 유엔제재쪽으로 방향을 잡고나선것이다. 이홍구부총리가 『유엔안보리의 의장성명은 그 시한을 5월 중순으로 상정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촉박하다』면서 『상황의 진전이 있으려면 북한이 핵연료봉의 시료채취를 명백히 약속해야 할것』이라고 밝힌 대목은 우리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설명하는것이 되고 있다.
즉 정부는 북한이 지난 3월 사찰의 불완전성을 메울만한 완벽한 재사찰을 받거나 직접적인 검증작업이 될 수 있는 핵연료봉의 시료채취를 허용하는것이 유엔의 재사찰 요구를 만족시키는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렇게 될 경우 북·미3 단계회담의 개최는 당연한 것이지만 앞으로 일주일내에 이들 두가지 조건중 북한이 어느 하나도 수락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유엔의 「새로운 결정」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는것이 우리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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