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보다는 자신의 홍보·「높은곳」에만 관심/「외교적수사」엔 무신경… 상대국과 문제발생도 외무부 고참 고위직 외교관들의 언행이 점차 기행으로 발전하고 있다. 말하는 도중에 가끔 자신의 위치를 잊는 듯한 A,무엇을 하기보다 어떻게 보도될까에만 신경을 쓰는 듯한 B,「저 높은 곳」에만 관심을 갖고있는 듯한 C,외교보다는 내치에 더 골몰하고 있는 듯한 D 등.이들의 기행들이 불거져나올때면 외무부는 으레「모씨대책회의」를 연다거나 대변인의「부인논평」을 발표하는 등 정신이 없다.
A는 한동안 마치 내일이라도 귀순시킬 것같던 북한벌목노동자들 문제가 러시아측의 애로점때문에「신중하고 장기적인 문제」로 넘어가 있는 시점에서『곧 5∼6명이 온다』고 밝혔다.담당국장과 실무자들은 한결같이『그런일이 있을수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외무부는 그 이틀전 러시아외무부의 공개발표문을 기자실에 배포하면서 국내언론의 협조를 신신 당부했다.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사안을 한국언론이 다 된듯이 미리 써버려 러시아의 입장이 곤란해지고있으며 일이 더 꼬여간다는 것이다.
B는 중국과 정책협의를 하러가서 그 결과를 보도자료로 직접 만들어「긴급 팩시밀리」로 부하직원에게 송고했다.기자실에 돌리라는 지시도 내렸다.『중국측에 한중우호협력조약같은 것을 체결할 것을 제의했다』는 보도자료는 양국우호협력조약은 북한과 중국의 우호협력조약에 버금가는 것이라는 상세한*해설서까지 첨부돼 있었다.「큰 기사」였고 따라서 국내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그러나 중국은 즉각 외무부대변인 성명을 통해『그런 것에 대해 협의나 논의라고 할수있는 얘기가 없었다』고 발표했다.우리 외무부도 논평을 내고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발표했다.담당 실무자는『한중우호협력조약이 아니라 「그같은 것에 대한 의사를 타진한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고 발뺌했다.
C는 대부분의 사안을 모처에「직보」하는 인사로 외무부내에 소문이 나있다.특히 북한핵문제등 부처간 이견이 있을 수있는 문제는「2중 보고서」를 작성,외무장관과 모처에 따로 따로 사안을 설명해왔다는 것이다.고위급 인사가 있을 때면 모처에서는 C의 기용설이 유력하게 나돌기도 하지만 외무부 직원들은 한결같이『NO』라는 반응을 거의 공개적으로 보인다.
D는 자신이 관련된 일은 어떻게든 크고 좋게 보이려고 노력한다.대통령이나 정부의 특사로 외국에 파견되는 경우 발표가 있기전에는 공개하지않는 것이 오랜 외교관행이다.그런데도 당국의 발표가 있기 직전「자신의 역할」을 설명. 홍보에 나섰다.이튿날 외무부는 부랴부랴 발표자료를 배포했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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