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어제부터 청문회 “성역에 메스”/언론 “역할 재평가” 존립자체 의문제기 지난 46년 창설 이래 베일에 가려진 엘리트 집단으로 군림해온 미중앙정보국(CIA)이 이중간첩 올드리치 에임스 사건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에임스는 지난 9년동안 CIA에서 소련첩자로 암약해오다 지난 2월 부인과 함께 검거돼 지난달 28일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에임스사건은 CIA 요원의 인력관리체계는 물론 정보수집능력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져 창설이후 처음으로 이 기관의 존립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정도로 위기를 맞고 있다.
미상하원은 3일부터 CIA에 대한 청문회를 동시에 열어 에임스사건에 대한 안보상 피해산정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청문회는 냉전종식 이후 CIA의 역할에 대한 본격적인 해부를 시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위소속 일부 의원들은 CIA 첩보활동의 효용성에 초점을 맞춰 그동안 성역이었던 이 거대한 정보기관에 메스를 들이댈 채비를 하고있다. 이들 의원들은 연간 30억달러에 달하는 CIA예산에도 가위질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CIA에 대한 백악관의 믿음도 전같지가 않다.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전임자인 로널드 레이건이나 조지 부시에 비해 CIA 정보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더욱이 이번 사건으로 CIA에 대한 불신이 가중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같은 상황은 그렇지 않아도 땅에 떨어진 CIA요원들의 사기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의회와 언론은 특히 에임스사건 수사과정에서 연방수사국(FBI)이 요청했던 거짓말 탐지기 검사결과를 CIA가 2년간이나 움켜쥐고 있었던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면서 책임자 인책을 촉구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지난 1일자 사설에서 CIA의 지나친 비밀주의를 비난하면서 『지금이 CIA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시작해야 할 적기』라고 주장했다. 데니스 드콘시니 상원정보위원장도 CIA가 「과도한 자기보호본능과 책임회피 문화에 빠져」에임스를 조기에 적발하지 못해 국가안보에 위해를 끼쳤다고 비난했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CIA에서 31년 동안이나 근무해온 에임스도 지난달 28일 법정에서 CIA를「자신들밖에 모르는 엉터리집단」이라면서 자신의 체포를 계기로 이 조직의 운영과 존재이유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임스사건으로 인해 CIA에 가해지는 뭇매는 그동안 스파이사건을 둘러싼 CIA와 FBI간의 해묵은 암투에서 FBI의 상대적인 부상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두 정보기관간의 불화와 수사공조체제상의 허점을 보완하기위해 향후 방첩업무 전반을 총괄할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고 그 책임자에 FBI관리를 임명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안보회의(NSC)가 마련한 방첩업무 개선안에 따라 신설될 가칭 「방첩센터」는 스파이 사건에 대한 수사상황을 NSC에 직보하게 돼 있으며 CIA내 방첩요원에 대한 수사권까지 부여받고 있다. 방첩센터는 또 간첩용의자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사용 해외정보수집 간첩검거요원 교육업무등도 관장하게 돼 방첩업무에 관한한 CIA보다 막중한 권한을 행사하게 됐다.
1908년 창설된 FBI는 법무부 산하의 연방수사기관으로 ▲조직범죄 ▲마약 및 화이트칼라범죄 ▲강력범죄등을 주로 취급하지만 스파이색출업무를 비롯한 공안사건도 담당한다. 지난해 7월 독직사건으로 해임된 윌리엄 세션스의 후임으로 들어선 루이스 프리국장(44)은 클린턴의 투터운 신임을 받아가며 FBI의 상승세에 단단히 한몫을 하고있다. 【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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