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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식량난 심각… 배급도 중단”/귀순 여만철씨 일가족 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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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식량난 심각… 배급도 중단”/귀순 여만철씨 일가족 회견

입력
1994.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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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60% 아침 못먹어… 굶어죽는 사람도/김일성배지 착용 20%뿐… 충성심 떨어져 지난달 30일 귀순한 북한주민 여만철씨(48) 일가족 5명은 2일 하오2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식량난은 말할수 없이 심각하며 특히 지난해 8월부터는 식량배급이 중단돼 탈출을 결심했다』고 귀순동기를 밝혔다.

 ―귀순동기는.

 『89년 6월 사회안전부 대위근무때 교통사고를 처리하다 뇌물받은 것이 문제가 돼 강제제대당하고 운전사로 일하게 됐다. 북한에서는 안전부에서 강제 제대당한 사람들을 배격하는 경향이 짙다. 이 때문에 기쁨조 선발대상이던 맏딸이 제외됐다. 두아들의 장래도 걱정돼 귀순을 생각하던중 지난해 8월부터 식량배급까지 중단되다시피해 먹을것을 찾아 귀순을 결행케 됐다』

 ―탈출경로는.

 『3월14일 딸과 큰아들을 먼저 압록강 부근 혜산에 있는 사촌누이집에 보내 강물이 단단히 얼어 있는지를 알아보게 했다. 강물이 얼어 있으면 「조카가 결혼한다」는 내용의 전보를 치게 했다. 16일 전보를 받고 18일 하오5시께 먹을것과 이불을 준비해 남은 식구들과 기차로 떠났다. 그날밤 11시에 우리 가족은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 강을 건넜고 다음날 새벽 무사히 중국 장백지구(백두산지구)에 도착했다』

 ―중국에서 한국까지 오게 된 경로는.

 『장백지구에서 만난 조선족 동포에게 귀순결심을 말하고 도움을 얻었다. 김씨라는 중국동포가 남한정부와 연결할수있는 중국인을 소개해 줘 홍콩을 경유, 서울에 올 수 있었다』

 ―북한의 식량난을 자세히 말해 달라.

 『배급이 중단된 지난해 8월부터는 매우 심각해졌다. 굶어죽는 사람도 생기고 노부모를 모시는것도 식량문제로 매우 부담스러워 한다. 학교에서는 아침을 못먹고 나오는 학생이 60%가량이나 되고 허기져서 공부시간에 엎드려 있는 아이도 상당수다』

 ―북한에서 남한상황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었으며 그 경로는.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면 남한방송을 들을 수 있다. 최근 남한에서 쌀수입개방반대투쟁을 벌이는것도 알았다. 남한의 사회교육방송을 몰래 듣는 사람들이 꽤 많으며 귀순을 반대하던 맏딸도 남한방송을 듣고나서부터는 생각을 바꿨다』

 ―북한 핵문제와 전쟁준비, 그리고 주민들의 김부자에 대한 충성심은 어느 정도인가.

 『핵문제는 잘 모르나 자강도에서 핵실험을 한번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전쟁준비를 특별히 강화하는 것은 아닌 것같지만 이라크의 전쟁패인을 집중 분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부자에 대한 충성심은 예전에 비해 한참 떨어졌다. 김일성배지를 달고다니는 사람이 전주민의 20%밖에 안되는것이 그 방증이다』

 ―앞으로 남한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싶은가.

 『북한동포를 포함한 우리 민족 전체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아이들은 북에서 못다한 공부를 시켰으면 한다』.【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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