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2배뛰는 채소값·낭비쇼핑 “깜짝” 서울에 산지 벌써 3년반이 지났다. 친구, 지인중에는 그간 한국을 2∼3차례 찾아온 사람도 있다. 그들은 서울의 변모를 즐기면서도 물가상승에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 같다. 음식물 토산품 기타 물가가 전번 방한때보다 올랐다고 꼭 말한다.
확실히 그간 식당에 들어가 메뉴판을 볼 때마다 가격표가 바뀌어 갔다. 싸다고는 하나 버스나 지하철 요금도 야금야금 올라 놀랄 뿐이다. 불경기를 맞아 고통을 겪는 일본기업의 사원인 남편의 급료는 일본에서 오는 정액송금이다. 서울은 나날이 발전하고 편리해지는 곳이라지만 어쩐지 생활이 어려워지는 이유를 알듯도 싶다.
동네슈퍼에는 헐값의 잡화가 있는가 하면 수입코너의 물품은 가격표가 잘못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싼 값에 파는 것을 이제는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됐다. 3년전 한개 2천원에서 이제는 값이 싸진 바나나같은 물건도 있지만 물가상승은 역시 급속한 것 같다. 일본도 야채가격의 앙등이 소란스럽지만 서울도 야채는 싸지 않다는 것을 주부로서 실감한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양상추나 버섯이 하루밤새 2배로 뛸 땐 어안이 벙벙했다. 일본도 야채값이 비싸지만 한국보다 종류도 많고 질도 우수해 여러가지를 기호에 따라 즐길 수 있었다.
일본은 지금 바겐세일에서도 물건이 남는 불경기인데 한국의 백화점은 주말만 되면 가족동반 손님들로 가득찬다. 어쩌다 백화점에 들르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일본에선 질좋은 원피스 한벌이 3만∼4만엔(약25만원)인데 서울의 백화점에서는 보통 50만원이다. 이런 비싼 값에도 서울여성들은 불만없이 사가는 것 같다.
얼마전 열흘정도 귀국했다. 이제까지 한국을 출국할 때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던 공항에서 입국시의 수하물검사와 출국수속이 간소화됐다. 종래엔 무표정한 얼굴로 입다물던 검사관들이 『안녕하십니까,실례하겠습니다』하며 모두에게 공손하게 대하고 있었다.공항청사입구의 검색을 위한 나무틀도 사라졌다. 금년은「한국방문의 해」인데 뭔가 바뀌었는지 몰라 하며 반신반의했는데 이렇게 눈가는 곳마다 개선되고 있으니 정말로 기쁜 일이다.
한국방문의 해는 일본TV광고로도 소개되고 있다. 얼마전까지「가깝고도 먼나라」였던 한국이 명실공히 「가까운 나라」로 된 것을 실감하는 일본사람들이 엔고덕분에 역사여행 식도락 쇼핑관광을 위해 파도처럼 한국에 밀려든다. 그런데 한국에서 모든 것을 일본어로 해결하려는 사람도 있다. 동경에서 비행기로 2시간 반. 국내여행기분으로 김포에 내린 사람에게 여기는 외국이라고 말해주고 싶은 게 나만은 아닐 것이다. 1994년은 한일 양국이 상호내왕의 활성화이상으로 서로를 재발견하는 좋은 해가 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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