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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 소반무늬/넘실대는 물결속 잉어는 노닐고…(한국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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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 소반무늬/넘실대는 물결속 잉어는 노닐고…(한국의 미)

입력
1994.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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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네의 손길로 길이 든 소반은 소박하면서도 알뜰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있다. 재료에 따라 행자반, 괴목반, 피나무반 등으로 불리는 소반에는 남편이나 어른에 대한 사랑과 공경이 담긴 음식이 정갈하게 차려졌다. 소반은 대개 칠이나 식물성 기름을 먹여 길들이지만 왕실이나 사대부가에서는 흑칠이나 홍칠을 하고 호사스런 나전무늬를 장식했다. 

 이 소반의 잉어무늬도 일종의 호사스런 표현이지만 나전(자개)을 될수록 줄여쓰고 무늬의 표현을 대담하게 생략한 점이 여느 나전칠기와 달리 독특하다.

 예부터 높은 벼슬이나 자손창성을 상징한 잉어무늬가 조선시대의 소반 위에 새겨져 있다. 열두 각으로 된 소반 위에 외줄 심원이 그려지면서 너른 호수가 생겨나고 그 안에서 잉어 세마리가 노닌다. 바다처럼 넓어 보이는 호수 위엔 마치 추상화의 기호처럼 표현된 파도가 넘실거리고, 먼 수평선 위로는 한가롭게 구름이 흐르고 또 그 구름 사이로 둥그런 태양이 빛난다.

 임영주전통공예관장은 『고구려 고분벽화나 신라 토우에서 보이기 시작하는 물고기 무늬는 부귀나 남성, 혹은 정진(물고기는 눈을 뜨고 잠)을 의미한다. 주로 도자기나 가구장식에 등장했으며 소반에는 아주 드물게 등장했다』고 말했다.【서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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