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등 가정과 관계가 있는 날들이 줄을 잇는 5월엔 건전한 가정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갖가지 기념행사가 베풀어진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가정의 해」로 가정의 달을 맞는 의미가 한결 다르지만 기뻐만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표창할 효자 효부 찾기가 힘들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우리 가정은 그 모습이 많이 일그러졌다. 가정은 사회의 보편적인 기본단위로 교육의 시발점이자 재생산을 위한 충전소다. 또한 그 구성원들에게 물질적 지원과 함께 안식처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문화의 씨앗이 싹터 전승되고 가치관이 형성된다. 이때문에 건전한 가정은 건전한 사회와 국가로 연결된다지만 우리 가정은 산업화속에서 개인주의 가치관의 형성과 함께 점점 그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이젠 사회가 가정이 잃어버린 기능을 대신하는 시대가 됐다. 가정은 「인스턴트시대」를 맞아 하숙집같은 존재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이에따라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이를 가족구성원의 문제란 생각에서 방치해왔다. 유엔이 94년을 세계 가정의 해로 정하고 「화목한 가정은 민주사회의 뿌리」란 슬로건을 내건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선진국에 비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노인소외·그릇된 성문화·이혼·청소년 비행·가정내 폭력·남녀차별등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경제발전 우선정책으로 경쟁이 격화되면서 함께 사는 사회의 끈끈한 정을 소중히 여기던 우리의 덕목을 잊고 살아온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핵가족화가 진행됨에 따라 그동안 경제발전의 첨병으로 활약하던 세대는 아무 준비없이 노년을 맞아 사회의 뒷전에서 한숨짓고 있다. 현재 60세이상의 노인이 3백50만명에 육박하고 있고 노인 혼자세대만도 42만5천세대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들은 각종 폭력에 노출된데다 입시지옥에 시달리고 부모의 맞벌이와 높아지는 이혼으로 가정의 따뜻함을 잃고 범죄로 달리는 경향이 늘고 있다. 93년도에만 10대의 범죄가 11만9천4백여건에 이르고 있으며 이중 50%가 강력범죄다. 서기 2000년에는 맞벌이부부가 전체의 75%가 되리란 예상이어서 주부의 가정 불재현상으로 야기될 문제도 심각히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이처럼 커져만 가는 가정문제는 한 가정만의 대응으로 해결하던 시대는 지났다. 사회전체가 총체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가정 붕괴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사회는 더 삭막해질 것이다. 점점 그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는 선진국형 가정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전통속에 살아있는 경로사상등 우리의 장점을 오늘에 되살려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정의 유대를 중시하는 마음가짐이다. 가정이 흔들리면 우리 모두가 그 희생자가 되고 민주사회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음을 마음에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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