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야관계 승기” 현안협상 느긋여/상무대 의혹캐기 총력전 태세야 제167회 임시국회가 여당단독국회로 막을 내림에 따라 정국은 당분간 경색상태를 면치 못할것 같다. 당장의 미결현안인 상무대정치자금의혹 국정조사문제는 물론 UR비준등을 남긴채 향후 여야관계는 감정의 깊은 골을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것으로 전망된다.
○…민자당은 일단 「느긋한」자세를 취하고 있다. 총리임명동의안을 단독처리한 것도 국정수행의 중단을 막기위했다는 명분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정기국회에서의 안기부법개정협상을 비롯,여야협상만 벌어지면 야당에 발목을 잡혀 끌려다녔던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히 끊어버렸다는 자신감마저 갖는듯한 모습이다.
30일 있었던 고위당직자회의에서 『국정조사문제등 남은 현안은 원칙대로 절차에 따라 당당히 처리하겠다』고 입장을 정한것도 바로 이같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회의에서 김종필대표는 『국정조사문제는 현재 법사위에 계류돼있기 때문에 법사위에서의 절충을 통해 매듭이 지어지면 임시국회를 소집하는게 맞다』고 원칙론을 밝혔다. 이한동총무도 『야당에서 총무접촉등을 요구해 오면 언제든지 대화에 응해 문제를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당당한 협상자세」를 강조했다.
대야관계에 있어서 승기를 잡았다는 생각에서인지 임시국회에서 막판까지 절충을 벌였던 국정조사 증인범위에 대해서도 민자당은 다시 원점회귀하는 분위기이다. 한 당직자는『이제까지 나왔던 카드는 모두 일괄타결을 전제로 제시됐던것』이라며 『확실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한 전현직 정치인의 증인채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계좌추적만해도 증인문제의 해결을 조건으로 받아들였던것』이라고 주장했다.
○…파행국회 이후를 대비하는 민주당의 자세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상무대정치자금의혹을 파헤치겠다』는 이기택대표의 말로 압축할 수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도 동일한 맥락의 결론을 내렸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상무대 국정조사에서 총력전을 펼치는 한판 승부를 벌여 여당단독국회로 인한 실점을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공세의 표적이 노골적으로 김영삼대통령에게 향하고 있음도 시선을 끈다. 대변인의 논평에 『김대통령의 가족문제가 우리앞에 기다리고 있다』는 극한 표현이 들어 있었고 이대표와 최고위원들의 말마다 김대통령을 겨냥하고 있었다. 경색정국과 민주당의 초강경기류, 그리고 심하게 상한 감정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당장 파국을 불사하는 투쟁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여야협상을 재개해 최대걸림돌인 증인문제를 해결, 상무대 국정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순리적 행보를 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심도있게 진행하면 결정적으로 여권을 「코너」로 몰 수 있다고 믿고 있어 무엇보다 국정조사의 가동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은 여야간의 증인협상에서 어느정도의 명분만 찾을 수 있다면 합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단순히 여야총무협상만으로는 국정조사정국을 형성하는데 애로가 있다는 판단이 민주당내의 중론이다. 이를 감안해 국정조사를 위한 임시국회소집을 다시 요구키로 결정, 정국의 중심권에 상무대조사를 계속 묶어두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이대표도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공식화할 방침이다.【신재민·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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