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 먹고살기 힘들어 결심”/얼어붙은 압록강 건너 탈출/일가귀순 김만철씨 이어 두번째 북한 주민 일가족 5명이 얼어 붙은 압록강을 건너 중국을 거쳐 귀순했다.
북한 사회안전부 대위출신인 여만철씨(48·운전사·함남 함흥시) 가족 5명은 지난 3월18일 탈출에 성공, 제3국을 거쳐 30일 하오 1시10분 대한항공 616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여씨 가족은 부인 이옥금씨(45·함흥 도시경영사업소 유치원장)와 장녀 금주양(20·함흥 회상구역 햇빛유치원교사) 장남 금룡(18·함흥 햇빛고등학교 6년) 차남 은룡군(16·햇빛고등중학교 4년) 등 2남1녀다.
일가족이 한꺼번에 귀순한 것은 87년 김만철씨 가족 11명에 이어 두번째다.
여씨는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서 먹고 살기 힘들어 탈출했다』고 탈출 동기를 밝히고 『꿈에 그리던 남한에 무사히 도착해 너무 기쁘다』고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여씨는 『3월18일 함흥에서 기차로 압록강근처까지 가서 얼음이 녹지 않은 강을 걸어서 건너 19일 조선족 교포의 도움으로 옷가지를 사입고 한국 당국에 귀순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제3국주재 한국영사관이 발급한 임시여행증명서를 갖고 일반 입국자와 같은 절차로 입국했다.
여씨는 북한에는 삼촌과 외가 친척이 남아 있으며 남한에는 친척이 없다고 밝혔다. 여씨일가족은 항공기에서 승객이 모두 내린뒤 모습을 드러냈는데 1백여명의 보도진이 플래시를 터뜨리자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여씨는 보도진의 계속된 질문에 『열렬히 환영해줘 무척 흥분된다』면서도 『탈출경로에 대해선 지금 말할 입장이 못된다』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여씨는 사진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해주는등 곧 여유를 되찾았으나 부인 이씨와 가족들은 계속 긴장된 모습이었다. 165정도의 키에 마른 체격인 여씨는 중국에서 구입했다는 짙은 감색 양복상의에 쑥색바지차림이었으며 나머지 가족들도 모두 나이에 비해 왜소해 보였다.
안기부는 2일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여씨 가족의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탈출 경위등을 자세히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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