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분만에 표결·개표 “상황끝”/“국조 다시 논의… 경색 오래안갈것” 느긋/여/의총 허탈·분노 “최소절차도 무시” 맹공/야 상무대국정조사계획서 의결을 위해 소집된 제167회 임시국회는 두번의 회기연장끝에 결국 본래의 임무는 완수하지 못한채 「반쪽국회」로 돌출사안인 총리임명동의안만 처리하고 폐회됐다.
○“국정공백 더는 곤란”
○…지리했던 12일간의 이번 국회가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막을 내린 시간은 하오6시55분이었다. 이만섭국회의장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산회를 선포하는 순간 민주당의석은 텅 비어있었고 민자당의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에 앞서 3차례 연기끝에 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열린 시각은 하오6시. 이한동총무를 선두로 민자당의원들이 먼저 본회의장에 들어왔고 사회자인 이의장은 한참뒤인 하오6시25분에 뒤따라 입장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민주당측에는 김태식총무와 조홍규수석부총무가 황급히 본회의장에 들어와 이의장석으로 달려가 의총을 이유로 본회의개회를 미뤄주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이의장은 『몇분은 기다리겠다』며 사실상 이를 거절했다. 이의장이 좀처럼 개회선언을 안하자 민자당측에서는 『빨리 개회해요』『우리를 핫바지로 아느냐』 『민자당의원은 의원도 아니냐』는등의 항의가 속출했다.
이윽고 이의장이 하오6시33분 회의속개했을 때 민주당측에서는 조수석부총무와 장기욱의원만이 본회의장에 들어와 있었다. 이의장은 『국정의 공백을 더 이상 장기화시킬수 없다』며 표결강행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의장이 이어 『「반쪽국회」가 돼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하자 민자당의석은 『취소하라』고 항의했다. 이의장의 표결개시선언이 나오자 민주당의 조부총무는 의장석으로 달려나와 이의장에게 의사진행발언을 달라고 강력히 요구했으나 민자당의석에서 터져나온 『조용히 해』라는 고함에 밀렸다. 하오6시36분부터 표결이 시작됐고 민자당의원들은 야당측의 실력저지를 우려한듯 이름이 호명되기도 전에 서둘러 투표해 1백80명의 참석의원이 불과 10여분만에 표결을 모두 마치는 「기록」을 세웠다. 시종 굳은 표정이었던 이민자총무는 비로소 웃음을 지었고 민자당지도부에는 화기가 돌았다.
이후 개표는 일사천리로 진행돼 하오6시55분 이의장이 『투표수 1백80표중 가1백70표, 부 10표로 총리임명동의안이 가결됐다』고 선언하자 민자당의석은 일제히 『잘했어』라고 「자축」했다.
○적극 저지는 자제
○…이에 앞서 이의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여야에 하오6시를 대화시한으로 제시해 여야 모두에 표결강행처리의사를 분명히 했다. 여야의 본격적인 탐색전은 하오2시께 국회의장실에서 이의장주재로 열린 공식총무회담이었다. 이의장은 「선동의안표결처리, 후국정조사계획서협상」방안을 여야에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30여분이 지난뒤 여야 총무들은 회담장을 나섰고 민주당측의 내부조율작업으로 여야는 상당시간 소강기를 가졌다. 그후 총무들은 하오5시40분에 국회운영위원장실에서 마지막으로 대좌했다. 김민주총무는 『증인문제를 타결짓고 국정조사계획서와 총리임명동의안을 함께 처리하자』고 일괄타결을 제의했으나 이민자총무는 『증인문제는 법사위소관』이라며 거절했다. 이로써 여당은 강행처리로, 야당은 사실상 「표결방조」로 서로의 갈길을 정했다.
○…총무회담이 끝내 결렬되자 이의장도 어쩔수 없다는듯 하오5시50분께 『6시에 본회의를 예정대로 열어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식선언했다. 이어 곧바로 『실력저지하겠다』는 민주당의 입장이 전해졌고 하오6시5분께 김태식총무·조홍규부총무를 앞세워 민주당의원 6∼7명이 일종의 「실력저지조」로 의장실에 몰려왔다.
김총무등은 『의원총회에서 야당입장을 최종정리할수 있도록 하오8시까지 본회의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의장은 『하오2시에 할 회의를 김총무가 요청해 지금까지 늦춰준 것 아니냐』고 난색을 표명했다. 그러나 하오6시25분 이의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민자당의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의장실을 급히 빠져나갔고 야당의원들은 『문을 막아』라고 고함을 치면서도 적극적인 저지를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결렬책임 여당에”
○…민주당은 민자당 단독으로 임명동의안이 처리되는 시각, 국회 146호실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격렬하게 여당을 비난하면서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의원총회는 허탈감과 분노, 격함으로 가득찬 분위기였다.
김총무는 『야당시절 힘의 정치를 증오했던 김영삼대통령이 과거 군사정권과 하나도 다를 것 없다』면서 『현 정권이 지능적이고 악랄한 방법으로 국회를 장악하려는 참담한 현실앞에서 마음을 다지자』고 말했다.
첫 발언에 나선 박계동의원은 『군주라도 재상을 바꿀 때 예의를 갖추는 법인데 김대통령은 최소한의 절차조차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정대철고문은 김대통령 노태우전대통령을 비롯, 정치인과 전직고위공직자를 증인·참고인에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를 자체 입수한 수사기록을 제시하며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장기욱의원은 『인치의 미명아래 이루어지는 김대통령의 법률위반행위를 철저하게 비판하자』고 제의 했고 정균환의원은 『당보를 대량 발간하고 매일 신문광고를 내는등 총력전을 펼치자』고 주장했다.
발언이 대강 마무리돼 가자 의원총회는 결의문을 채택,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현정권의 반의회주의적 행태에서 비롯된다』며 『향후 발생할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앞서 하오6시 마지막 총무회담이 결렬되자 박지원대변인은 『우리는 양보에 양보를 거듭했으나 저쪽(민자당)은 미동도 하지않았다』고 결렬책임이 민자당에 있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민자당은 야당의 실력저지 엄포로 다소 긴장했으나 임명동의안 처리가 예상밖으로 순탄히 끝나자 『명분을 차곡차곡 쌓아온 우리의 인내가 성공했다』며 흡족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김종필대표등 당직자들은 하오7시께 간담회를 갖고 대책을 숙의, 『하루이틀 여야관계가 경색되겠지만 어차피 국정조사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하는 만큼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하순봉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임명동의안 단독처리가 여론에 바탕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으나 민자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2차례씩이나 회기를 연장한 지도부의 리더십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이영성·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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