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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위기관리/이이춘 정치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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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위기관리/이이춘 정치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4.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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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이 정치적 난국인가. 과연 정치적 위기를 느낄만한 상황인가. 이러한 정국인식에 대한 물음에 정치권은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정치권의 이러한 자문자답에 동조하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정치를 업으로 하는 정치권이 현 정치적 상황에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데 반해 국민들이 정치권의 인식에 같은 잣대를 제공하기를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대답은 간단하다. 정치권은 스스로 난국을 만들고 위기를 조성하는데 반해 국민들은 그러지 않는다. 자충수를 둔 정치권이 해법을 찾기보다 자충수의 확산에 골몰하는데 반해 국민들은 명확히 시비를 가리면서 정치권의 오착에 냉소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는 그야말로 단순명료한 사안을 정치권은 극도로 꼬이게 재주를 부린후 이를 난국 또는 위기라고 소리 높이 외치고 있는 셈인것이다. 그렇다고 정치권이 난국을 해소하거나 위기를 관리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정치권은 난국과 위기를 만드는 재능은 뛰어나지만 난국을 해소하고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은 갖추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이같은 진단은 지난 1주일간의 정국상황을 살펴보면 단박에 나타난다. 지난 22일 김영삼대통령이 이회창전총리를 전격경질한 사건은 정부·여당이 현시국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해 스스로 난국과 위기를 자초한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총리를 경질하는것은 법리상으로 문제가 없지만 이전총리 경질의 경우는 그 전격성등으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되어 있었다. 또 경질의 이유중에 청와대와 이전총리간의 감정다툼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은 정부·여당에는 악재이자 야당에는 호재를 제공한 셈이라 할수 있다.

 그러나 이전총리의 경질이 개혁노선에 대한 논쟁의 소재는 될지언정 정치공세의 대상이 되는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후 민주당이 보여준 정치공세는 오히려 정치권에 난국과 위기를 불러 일으키는 전형적인 후진성 정치행태라고 해야 할것이다.

 신임총리에 대한 국회임명동의는 국회가 당연히 처리해야 할 요식절차이지 정쟁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총리인준 문제를 정략의 대상으로 삼아 국회를 파행과 정쟁의 무대로 만들었다.

 민주당은 그동안 신임총리의 인준을 거부해 온 명분을 「개혁총리」의 퇴장에서 찾고있다. 마치 이전총리가 퇴진함으로써 개혁이 후퇴하게 된다는 듯한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면 민주당의 이러한 발상은 그야말로 자기모순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개혁은 김영삼대통령에 의해 추진되어 왔고 김대통령의 개혁드라이브가 한창일 때 민주당은 야당이면서도 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해오지 않았던가. 역으로 말해 이전총리의 퇴진으로 개혁의 물길이 약해진다면 민주당은 오히려 고마워 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 정부·여당이 총리를 잘못 기용해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는다면 그것은 여권에 부담이 되면서 야권에는 정치적 이득이 되는것이다. 

 이런 정치적 손실계산에도 불구, 민주당이 신임총리 인준에 제동을걸었던게 우국론에서 나온것이라면 그거야 정말 바람직한 자세일것이다. 그러나 총리인준과 상무대 정치자금 의혹 국정조사문제가 걸린 이번 국회운영과정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자세는 이같은 자세대신 여권을 흠집내고 정쟁을 극대화하겠다는 당리적 의도밖에 가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여권이 제공한 악수가 정치권에 난국과 위기의 빌미를 제공했다면 민주당은 이를 확대재생산한것이라 할 수 있다.

 난국과 위기를 조성하기 보다 그동안 곳곳에 만들어둔 난국과 위기를 해소해 나가는 정치권의 위기관리능력과 지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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