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제외 못한다” 강경태도 고수야/“추가양보는 힘들다” 정면돌파 모색여 국회가 막판문턱을 넘지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상무대」국정조사문제를 둘러싼 여야협상이 증인범위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28일밤 결렬, 좌초직전까지 갔다가 이만섭국회의장의 전격적인 「회기연장」카드로 일단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그러나 이의장이 주도한 회기연장이 민자당의 뜻이 아닌데다 여야입장이 하루만에 절충되기도 힘들어 정국의 냉각국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국조권등 계류현안을 모양좋게 처리해 지난3월부터의 「수세국면」을 탈출타개할 계기를 마련하려던 여당의 복안은 큰 차질을 빚게됐으며 민주당도 협상과정에서 강온양론이 뒤섞이는등 적잖은 내부갈등을 드러내 후유증을 피할수 없게 됐다.
물론 여야가 완전히 등을 돌린것은 아니다. 여야총무들은 이날밤 협상결렬을 선언한 이후에도 이후 국회운영문제를 협의키위해 이만섭의장주재로 재차 8번째 회담을 갖는등 여론을 의식한 명분축적의 흔적을 남겼다. 하지만 회기를 3일씩이나 연기하면서도 합의점을 찾지못함으로써 정치권은 정치력의 부재를 또다시 노출했으며 특히 청와대가 야당의 자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여야관계의 정상복원은 더욱 멀어진 느낌이다.
○…심야 본회의에서 이만섭국회의장이 전격적으로 회기연장안건을 상정, 의결해버리자 여야는 모두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의장은 밤11시55분께 정회를 선포한뒤 여야 총무를 의장실로 불러 회담을 가졌다.
자정을 넘겨 29일 0시25분께 회담을 끝낸 뒤 이의장이 곧바로 본회의장에 입장, 29일 하오 2시에 본회의를 소집할것임을 선포했다.
민자당의 이한동총무는 의장실을 나서면서 보도진으로부터 『의장과 사전협의를 했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다 끝내기로 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돌출행동이다』고 말했다. 이총무는 그러나 시종 웃음을 잃지 않으며 여유를 보여 눈길을 끌었는데 본회의산회후 운영위원장실에서 이성호수석부총무와 본회의대책을 숙의하는등 「저절로 굴러들어온」하루의 시간이 싫지 않은 듯했다.
반면에 민주당의 김태식총무는 『전혀 협의를 받지 못했다』고 일단 불쾌한 반응을 보였으나 의사국이 이의장결정을 합법이라고 해석하자 『우리도 손해볼게 없다』는 태도로 선회했다.
○…4차례나 연기된 끝에 밤10시30분에 의장직권으로 본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이 의원들에게 통보되자 국회주변에는 일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작년말에 이어 또다시 의사당에서 여야의 물리적 격돌이 빚어지는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3일만에 열린 심야본회의에 먼저 입장한것은 민자당의원들. 의사당 146호실에서 의총을 마친 이들은 본회의 개최사실이 방송되자 밤10시35분께 속속 본회의장에 입장, 개회를 기다렸다.
이어 밤11시5분께는 민주당의원들도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회의가 개의된 시각은 예정시각보다 45분이 늦은 밤11시15분. 이만섭국회의장은 개회를 선언한뒤 곧바로 『의사일정협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해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의장은 첫째 안건으로 이영덕총리내정자 임명동의안표결의 건을 상정하려 했으나 김태식민주총무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며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민자당은 상하오에 걸쳐 여의도당사와 국회에서 총무단회의와 고위당직자회의를 번갈아 열어 민주당과의 절충점을 최종모색했으나 민주당이 계속 초강수를 고집하자 결국 정면돌파의 수순을 선택했다.
민자당은 하오 5시께 국회 대표실에서 김종필대표, 문정수사무총장, 이한동총무, 이세기정책위의장, 서청원정무장관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구수회의를 열고 협상결렬에 따른 후속대책을 사전조율했다.
민자당은 총무회담결렬직후인 밤9시30분께 국회 146호실에서 비공개로 의원총회를 소집, 민주당의 불성실한 협상자세를 집중 성토하면서 단독처리강행에 대비해 전열을 가다듬었다.
○…민주당은 증인·참고인채택을 둘러싼 실랑이에서 막판까지 완강한 입장을 견지했다. 민주당은 밤9시부터 진행된 총무회담이 결렬되자 곧바로 최고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고 증인문제의 원칙론을 재확인했다.
특히 하오6시께부터 의원회관의 이기택대표사무실에서 최고위원간담회를 열고있는 도중 방송뉴스에서 『민주당이 정치인을 대상에서 제외키로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급랭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박지원대변인은 급히 기자간담회를 자청, 『정치인을 제외한다는것은 우리당의 입장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강경일변도의 전략은 민자당이 『협상은 끝났다. 단독처리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내오자 다소 흔들리기 시작했다.
밤10시30분 본회의개회방송이 나오고 민자당의원들이 회의장에 입장하자 민주당은 방어냐, 방관이냐를 놓고 고민하면서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이계성·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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