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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중재 아쉽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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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중재 아쉽다(사설)

입력
1994.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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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것은 기업이다. 그 가운데서도 30대 재벌그룹이다. 더 좁혀 말한다면 상위 10대그룹이다. 경제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가 이들과 원만한 협력체제를 유지할때 경제는 효율의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다. 협력체제는 유착이 아니다. 정부가 실물경제에 밝은 재벌그룹들과 협의, 합리적인 지원정책을 수립하는등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경제를 책임지고 있으므로 국민이나 국가의 이익과 재벌그룹의 이익이 상충될때는 재벌그룹을 건전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지금 재벌그룹들과 효율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정부의 대재벌정책은 일관성과 투명성을 결여하고 있다.

 정부출범초기에는 재벌그룹들에 대해 엄격했었다. 소유분산의 확대, 그룹계열사간의 상호출자제한, 업종전문화등 재벌그룹들의 소위 문어발식 경영지양을 강력히 촉구했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재벌그룹들과의 관계가 화합으로 전환한 것이 두드러졌다. 재벌그룹들의 「경영혁신」을 높이 평가, 얼마전까지만 해도 공무원들의 재벌그룹 연수가 붐을 이루기까지 했다. 국가와 기업의 목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 간과됐다. 이러한 「재존관비」(재벌존경 공무원비하)의 행태가 공무원의 사기등에 미칠 부작용을 감안하지 않았던것 같다. 어떻든 뒤늦게나마 시정돼서 다행이다.

 경제정책에서도 재벌그룹의 입장이 크게 배려됐다. 공기업의 민영화계획, 사회간접자본개발계획, 제2이동통신의 실수요자선정, 전경련위임등서 보듯 재벌그룹들의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 김영삼대통령이 3대정책의 하나로 내세운 「경제회생」을 실현하려면 재벌그룹들의 협력이 필요 불가결한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이 점을 인식, 평가한 것이다. 김영삼정부도 역대 새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정부출범초기의 적대 또는 냉담관계에서 화합의 관계로 전환했다. 합리적인 관계진전이라 하겠다.

 우려되는 것은 재벌그룹 우선정책이 가져올 부작용이다. 재벌그룹들은 국제경쟁에서 이겨내려면 경제체제가 민간주도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다. 사실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금이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전환하는 과도기의 초기라 할 수 있다.

 우리 재벌그룹들은 사회 자체가 그렇듯이 자율체제(시장경제체제)에 적응돼 있지 않다. 정부가 공정한 통제자나 중재자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 아직 필요하다. 재벌그룹들이 공기업의 민영화, 데이콤전환사채매각, 승용차시장에의 신규진입문제등에서 보인 비이성적인 싸움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정부의 재벌그룹정책은 다시 건전하게 정립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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