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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첫 투표”…4㎞ 장사진도(남아공 역사적 총선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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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첫 투표”…4㎞ 장사진도(남아공 역사적 총선 현장을 가다)

입력
1994.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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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봉특파원 제4신/인종화합 상징 새국기 전국 게양/유엔 등 88개국 참관단 본격 활동 남아공 국민들은 27일 투표를 하기 위해 일어났다. 생애 최초로 선거에 참여하게 된 흑인들은 투표소가 문을 연 아침 7시를 기다려 투표소에 몰려나와 감격과 흥분을 나누었다. 인종간 화합과 단결을 상징하는 새 국기는 이날부터 전국에 게양됐으며 새로운 국가가 불려졌다.

 ○…병자와 노약자만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26일의 특별투표일에 이어 27일부터 전국 9천여 투표소에서는 일반국민들이 투표를 시작, 역사적인 남아공 총선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유권자들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투표소에 몰려나왔는데 샌톤시의 구청에 설치된 한 투표소는 상오 11시에 줄이 이미 4나 넘을 정도로 대단한 선거열기를 반영.

 또 전국의 많은 투표소에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상오부터 동이 나 선거관리위원회가 긴급히 용지를 수송. 이 때문에 일부 투표소는 자정까지 투표시간을 연장했으며 TV들은 종일 생방송으로 뜨거운 투표현장을 보도.

 ○…투표소에 나온 흑인들의 소감은 한마디로 감격과 흥분. 요하네스버그의 한 투표소에 나온 75세의 흑인은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며 『일생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고 대답.

 그는 『누구를 찍었느냐』는 질문에는 『테러의 위험이 있으므로 밝히지 않겠다』고 대답.

 남아공 최대의 흑인도시인 소웨토시는 날이 새자마자 투표소앞에 금세 수백의 긴줄이 이어졌다. 이 도시에는 선거 전에 신분증을 잃어버려 투표할 수 없는 주민들이 임시 신분증을 발급받으려 투표소에 몰려들어 흑인들의 선거참여 열기를 대변.

 ○…남아공 주요언론들은 역사상 최초로 투표를 한 흑인의 상징으로 넬슨 만델라의 조카인 노마자 팬틴을 집중 소개.

 최대신문인 「더 스타」지는 26일 『최초의 흑인이 투표소에 갔다』라는 특호 제목으로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부재자 투표를 한 그녀의 기사와 사진을 대서특필. 남편을 따라 뉴질랜드에 이주한 그녀는 남아공국민들이 잠든 시간인 뉴질랜드시간 아침7시에 특별히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 50세의 의사인 그녀는 『감격을 표현할 말이 없다』며 투표장면을 지켜본 그녀의 친구 짐 볼저 뉴질랜드 총리와 포옹.

 더 스타지는 『그녀가 투표함으로써 아파르트헤이트(흑백인종차별)의 시대가 실질적으로 종언을 고했다』고 기사 첫줄에 보도.

 ○…선거기간중 정치폭력이 계속 이어지자 남아공 정부는 경비병력을 10만명으로 두배이상 늘려 각 투표소와 선거관련기관, 각당 사무실에 배치. 소총과 기관총으로 무장한 경찰과 군은 이곳을 드나드는 차량의 밑부분을 거울로 수색하고 트렁크까지 열어보는등 폭탄을 숨겼는지를 철저히 검사.

 독립선거관리위원회(IEC)도 27일부터 헬기를 뛰워 부정선거를 감시. 유엔선거참관단 2천여명과 세계 88개국에서 파견한 개별참관단등 3천여명도 본격 활동을 개시. 한국인도 유엔참관단 자격으로 7명이 활동.

 ○…총선을 맞아 흑인들 사이에는 민주항쟁의 상징인 요하네스버그가 남아공의 단일수도가 돼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 남아공의 수도는 프레토리아(행정) 케이프타운(입법) 브롬폰테인(사법)등 3곳으로 나눠져 있는데 모두 백인도시.

 흑인들은 만델라와 크리스 하니 전공산당사무총장(93년 피살)등 흑인지도자들의 투쟁의 무대가 됐던 요하네스버그가 자유와 민주의 상징으로 단일수도가 될 자격이 있다고 주장.【요하네스버그=한기봉특파원】

◎남아공 백백갈등 총선후 정국변수/네덜란드·영국계 대립… 언어·학교 달라/제각각 극우정파 조직… 소요 야기 예상

 역사적 총선을 맞는 남아공에는 흑백간 대결과 반목이 있는 것만 아니다. 뿌리가 다른 백인계층간에도 적지 않은 갈등이 내재돼 있다.

 남아공 전 인구의 15%인 5백만명의 백인은 「아프리카너」로 불리는 네덜란드계열과 영국계열로 대별된다. 인구는 서로 비슷하다.

 1652년 케이프타운에 백인 최초로 정착했던 네덜란드계 백인들은 일찍이 행정과 정치에 진출했다. 반면 영국계는 경제계에 영향력을 확대했다.

 두 백인 집단은 언어도 다르다. 네덜란드계는 옛 네덜란드어인 「아프리칸스」어를 사용한다. 모든 간판과 공용서식등은 모두 영어와 아프리칸스어를 함께 사용한다. 국영 TV인 SABC도 두 언어를 매일 번갈아 쓰고 있다. 학교도 나눠져 있고 모여사는 곳도 다르다.

 네덜란드 계열은 정치적으로 훨씬 보수성향을 갖고 있다. 90년 흑인의 정치자유가 허용되면서 백인들 사이에도 극우파가 생겨났다. 이번 총선을 유일하게 거부한 AVF(아프라카너 민족전선)와 CP(보수당)는 극우백인정당으로 네덜란드 계열이다.

 또다른 보수강경정당으로 지지기반이 넓은 FF(자유전선)는 총선을 통한 백인의 이익보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온건보수 성향인 데 클레르크대통령의 국민당(NP)과 달리 백인만의 배타적 자치정부인 「폭스타트」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넬슨 만델라는 선거후 이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거후 만델라의 흑인 정권이 정치·사회적 혼란과 소요등으로 시달릴 경우 극우백인세력은 지지기반을 확장, 남아공의 정국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며 백인간의 반목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요하네스버그=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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