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던 인플레도 “진정”/후지모리 인기 급상승 회복불능처럼 보이던 남미경제는 90년대 들어 국영기업 민영화등 과감한 경제개혁에 힘입어 되살아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페루는 민영화정책을 가장 적극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나라다.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대통령은 90년 집권한 뒤 곧바로 39개 국영기업체를 민영화해 총 15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결과는 이 목표를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루정부는 지금까지 항공사 아에로 페루, 석유회사 페트로마르, 철광기업 이에로 페루, 통신회사인 페루 아나 데 텔레포네스와 엔텔 등 29개 국영기업의 경영권과 주식 일부만 팔아 이미 26억 4백18만달러를 손에 쥐었다.
특히 수도 리마 지역의 시내통화만을 담당하는 페루 아나 데 텔레포네스와 시외 전화 업무를 맡고 있는 엔텔 2개사의 경우 주식 각 35%와 향후 5년간의 운영권만 넘기고도 20억2백18만달러를 얻었다.
지난 3월초에 있었던 이들 기업의 민영화 입찰에는 미국의 GTE와 사우스웨스턴 벨, 스페인의 텔레포니카 데 에스파냐가 각각 컨소시엄을 형성해 참가했다.
미국회사들이 입찰가로 8억달러선를 제시한 반면 스페인은 페루 정부조차도 놀란 액수인 약20억달러를 써내 낙찰, 민영화되는 이 회사의 대주주로 등장했다. 이 금액은 페루 국내총생산(GDP)의 8%, 93년 수출 총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페루정부는 이 돈에서 6억달러는 통신분야에 재투자하고 나머지 14억달러는 각종 복지분야에 쓸 계획이다.
국영 통신회사의 민영화가 이처럼 놀라운 성공을 거둠에 따라 이들 기업의 주가가 단숨에 14.65% 뛰면서 그 영향으로 다른 모든 주식도 평균 4.66%나 오르는등 경제 전반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에 따라 후지모리의 인기도 자연히 급상승,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95년 대통령 선거에서 그가 재선될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페루정부는 앞으로 엘렉트로 리마, 엘렉트로 페루 등 2개 전기회사, 2개 국영은행등 나머지 10개사의 민영화 및 해외자본 유치에도 강한 자신감과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남미는 국민 편의시설 가운데 통신분야가 가장 뒤떨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페루는 가장 형편없다. 그러나 통신회사의 민영화로 이같은 문제점은 멀지않아 해결될 것으로 페루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텔레포니카 데 에스파냐사의 이그나시오 산티야나 국제 담당사장은 앞으로 5년간 전화가입자 수를 현재의 70만명에서 2백만명으로 늘리고 통신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약속을 지키려면 또다시 엄청난 투자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텔레포니카 데 에스파냐가 페루 통신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이미 80년대말부터 칠레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에 남보다 일찍 진출해 재미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90년 7천6백%까지 치솟았던 인플레를 93년에 40%로 끌어내린 페루는 이제 민영화 정책으로 경제 부흥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상파울루=김인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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