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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규제 완화(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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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규제 완화(사설)

입력
1994.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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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경제행정 규제 완화가 속빈 강정인것이 드러난 이상 추진방식이 전면 개편돼야겠다. 박재윤대통령경제수석은 26일 청와대 경제행정규제완화점검단 주최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지난해 단행한 9백66건의 규제완화 가운데 62% 5백96건만이 제대로 이행, 실적이 극히 부진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그는 이에 대해 각부처에 『상당한 반성이 있어야한다』고 비판했다는것이다. 청와대점검단에 의해서나마 그동안의 정부의 경제행정규제 완화에 대한 솔직한 평가가 있었다는것이 다행이다. 청와대측은 점검을 통해서 무엇이 문제점이라는것을 파악한 이상, 경제행정규제가 효율적으로 이뤄질수 있게 추진목표와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것이다. 지금까지의 경제행정 규제완화가 실패로 끝난것은 각부처가 핵심적인것은 손대지 않고 단순한 절차사항등 지엽적인것만 정리했기 때문이다.

 또한 관련법규가 많은 경우 이것도 정리해주어야 하는데 고의건 아니건 이를 그대로 방치하여 규제완화가 실효를 거둘수 없었다. 즉 규제완화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단편적, 단속적으로 추진돼왔다는것이다. 청와대 점검단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하고있다. 법령개정이 완료된 7백53건중에서 21% 1백57건이 시행에 필요한 행정조치를 매듭짓지 않았거나, 관련된 다른 규제를 완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것이다. 심지어는 규제완화사실을 모르고 종전의 규제관행을 지속하는 사례도 지적됐다.

 일선 행정창구에 규제완화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안됐다는것을 말해준다. 경제행정규제완화가 정책구상에서부터 집행까지 불투명, 일관성의 결여, 난맥등을 보여왔다 하겠다. 규제완화가 부진한데는 관료사회의 보신주의와 이해관계에도 영향이 있을것이다. 규제를 완화했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 번거로울뿐만 아니라 책임문제가 제기될수도 있는것이다. 또한 규제완화를 권한의 축소 또는 이익의 상실로 인식하는 구태의 의식이 아직 남아있을수도 있는것이다.

 경제행정규제완화는 기업의 비용절감과 능률의 향상에 있다. 바꿔말하면 경쟁력제고에 있는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기업풍토, 사회관행, 문화수준으로 봐 대담한 규제완화 내지 철폐가 반드시 경쟁력향상을 가져올것이냐는데 회의가 따르지 않는것도 아니다. 자율에는 책임이 따라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준법정신과 질서의식이 부족한것도 사실이다.

 레이건전미대통령이 항공요금 규제를 철폐하자 미항공업계가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여 소비자에게는 항공료 인하, 자신들에게는 경영합리화를 가져왔던것은 규제완화의 강점을 웅변한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요금규제완화는 가격인상을 가져왔다. 여기서는 규제완화에 위험부담이 따른다. 그렇다해서 지금같은 소극적 자세를 견지할수는 없는것이다. 적극적인 접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악용에는 무거운 응징이 따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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