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받고 음주운전자를 묵인해 줬다면 차라리 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교통경찰관들의 이런 식 부정행위는 지난 시절 적지않게 있었으며 그런 범법행위는 못된 비위경찰관의 단순비리에 속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광주와 전남 그리고 전북의 일부경찰서 소속 교통경찰관들이 위조된 음주단속 스티커를 갖고 다니면서 음주측정치를 경미하게 기록해 주고 돈을 받았다는 사건은 수법이나 규모로 미뤄보아 교통경찰관 한두명의 비리나 불정행위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보도내용에 따르면 전남강진경찰서의 경우 교통경찰관들의 직속상관인 경감을 포함해 8명의 교통경찰관들이 위조단속스티커사용에 관련돼 구속됐고 가짜스티커를 인쇄업자에게 시켜 대량으로 위조해 사용했다고 한다. 범행도 91년부터 93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자행됐다.
도대체 우리 교통경찰관들이 어쩌다가 조직범죄꾼들의 수법까지 동원해 부정과 비리를 자행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교통순찰대(사이드 카)를 비롯한 교통경찰관들의 교통단속을 둘러싼 비리와 부패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지난 시절의 일이다. 「변화와 개혁」의 시대를 맞아 다른 공직자들은 달라지고 있는 이때, 왜 하필 교통경찰들중에는 아직도 구악을 일삼고, 그것도 모자라 범죄집단의 수법을 모방한 부정과 비리를 자행하고 있는 것일까. 놀라움을 금하기가 어렵다.
자기생명은 고사하고 남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음주운전행위를 돈으로 흥정하고 더욱이 위조단속스티커를 대량 사용하는 악질적인 수법을 동원했다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경찰의 1차적인 의무를 포기한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문제가 된 지역의 교통경찰관들이 다 그러리라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먼지와 소음과 매연의 거리에서 차량소통과 사고예방을 위해 애쓰는 참된 교통경찰관들의 노고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봉사정신과 수고는 부정과 비리에 눈이 먼 일부 교통경찰관들에 의해 하루아침에 먹칠당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기가 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어찌 보통사건이라 하겠는가. 국가에 귀속되는 범칙금을 가로챈 차원을 넘는 중범죄라 아니 하기도 어렵다.
또한 우리는 위조단속스티커사건에 대처하는 경찰청의 자세에서 또 한번 실망을 하게된다.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다는 교통경찰관들의 부정과 비리를 자체조사에서 밝혀내지 못한것도 그렇지만, 이번 사건을 해당지역만의 일로 축소하려는 기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자행되지 않았다는 보장도 없다. 해당지역 경찰청에 수습을 맡길 일이 아니다. 경찰청은 차제에 적극 대응해 부정교통경찰관은 물론이고 그밖의 비위경찰관도 발본색원해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있다가는 전체경찰의 신뢰도가 다시 한번 땅에 떨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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