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운영안/노동부 “부정수급 막을 최선책”/공단운영안/기획원 “서비스는 민간이 효율” 95년 7월1일부터 시행될 고용보험의 운영주체 선정을 놓고 4개월째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고용보험은 30인이상 사업장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시행 첫해에만 최소 7천억원의 보험금이 적립되는 매머드 사업이다. 신규인력만 해도 2천여명이 필요하다. 고용보험은 적립금으로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직업안정사업등을 통해 노동시장의 장기적인 안정을 도모하는 제도로, 고용보험법이 규정하고 있는 보험요율은 임금총액의 1천분의 15 이내. 임금은 시간이 갈수록 올라갈 수밖에 없어 적립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현재 가장 유력한 안은 정부안과 공단안이다. 지난해 12월27일 고용보험법이 제정된 직후부터 노동부는 고용보험 운영을 강력히 희망해왔다. 노동부는 고용보험의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서라도 노동부가 운영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보험의 성공을 위해선 실업자 여부의 실사,효율적인 직업훈련의 실시등이 중요한데 정부가 아닌 민간이 이 권한을 가지면 현실적으로 효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것이 노동부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독일 일본 미국 영국 캐나다등 고용보험 실시국가 대부분이 정부조직인 직업안정기관에서 실업급여의 지급과 고용보험사업 집행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기획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경제기획원이 정부안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기구를 축소하자는 마당에 기구신설은 있을 수 없다는것이다. 서비스 제공이 주된 업무이기 때문에 서비스업무에는 아무래도 공무원보다는 민간이 적합하다는 것도 반대명분이 되고 있다. 또 공무원의 경우 잦은 인사로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획원이 내놓은 안은 공단안이다. 기존의 산업인력관리공단에 맡기거나 고용보험관리공단(가칭)을 신설해 업무를 전담시자는 것이다.
의견이 팽팽히 맞서 결론이 나지 않자 두 부처는 지난해 말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노동연구원에 공동연구를 의뢰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도 노동연구원은 주로 정부안을, 개발연구원은 대체로 공단안을 각각 지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여기에 제3의 안인 민영화안까지 덧붙여졌다.
양 연구원은 결국 각 안의 장단점을 적시하는 것으로 연구를 마무리 지었고, 최근 연구결과를 정부에 넘김으로써 손을 털어버려 이 문제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문제는 운영주체선정을 놓고 4개월을 소비해 버리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문제들은 제대로 손도 못대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7월부터 시행하려면 올해부터 예산을 확보해 준비작업을 해야 하는데, 올 예산에 계상된 돈은 2억6천만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돈은 전산망 준비작업 자금이다.
고용보험업무의 핵심 전제는 정보전산망의 구축이다. 일본의 경우 전산망 프로그램 제작에만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 몇년간 준비작업을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대로라면 고용보험은 시행 초기부터 비틀거릴 수밖에 없으므로 시행시기를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준비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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