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 석조물등 대규모 시설/제지기술자등 납치 역사적사실 입증 고려시대 몽골로 붙잡혀간 고려의 종이기술자들이 종이를 제작하던 시설로 보이는 대규모 공장터와 시설물들이 북몽골 지역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한국 최초로 구석기 유적을 발굴했던 손보기교수(단국대)는 23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북쪽으로 2백50 떨어진 셀렝게 아이막 오르홍 솝 지역에서 고려인들이 종이를 제작하던 대규모 공장터와 시설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처음 발견돼 최근까지 확인 작업을 해 온 이 공장터는 오르홍 국영농장 서남쪽 초원지대에 있는 흰 데르스 성지의 가로 0.8, 세로 1나 되는 대규모 터이다. 1 높이의 둔덕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 터에서는 종이를 제작하기 위해 나뭇가지나 잎사귀를 갈던 돌 시설물들이 함께 발견됐다.
연자방아를 연상시키는 돌 시설물들은 각각 지름 5.35와 5.70의 원형 석조물 두 개와 이 석조물에 파인 너비 35㎝·깊이 20㎝의 홈 위를 굴러가며 종이재료를 갈아낸 것으로 보이는 지름 70㎝·두께 15㎝의 둥근돌 20여개이다. 두개의 석조물은 각각 13개와 14개의 직사각형 돌에 홈을 만들고 이들을 다시 연결해 원형으로 만든것이다.
손교수는 『몽골이 제지기술이 발달한 고려의 종이를 공물로 받아가거나 제지기술자를 포함한 고려인들을 붙잡아 간 사실이 알려져 있지만 이런 역사적 사실을 입증하는 유물이 몽골지역에서 발굴된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동몽골학술조사단(단장 손보기)은 한민족과 몽골민족의 유사성을 찾기 위해 91년부터 몽골과학원과 함께 동몽골지역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단은 몽골 고고학계의 대표학자였던 헤 페를레의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이 공장터를 발굴했다. 이 조사보고서의 「고려의 성 유적」이란 항에서 『오르홍의 국영농장 서쪽에 있다. 거기에 둥근 돌이 있다. 고려사람이 거기에서 나무로 종이를 만들었다』고 적고 있다.
조사단의 일원으로 직접 현장조사를 한 주채혁교수(강원대)는 『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헤 페를레 교수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주교수는 『공장터 북쪽에 6백에 걸쳐 있는 버드나무와 몽골에서 흔히 발견되는 데르스 풀을 재료로 종이를 제작했을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 터에서는 몽골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주춧돌 10여개와 고려의 자기류를 닮은 자기 파편이 발견됐다.
조사단은 이 시설이 몽골의 카라코룸 시대(1220∼1270년) 때 활발한 정복활동으로 급속히 늘어난 종이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세워진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사단은 6월부터 이 공장터의 기원을 명확히 밝혀줄 명문이나 제작된 종이의 재료를 밝혀줄 탄화물 등에 대한 본격 발굴조사에 들어간다.【서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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