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출판사 오역·왜곡출판 3년째 계속/후학·고 문목사 등 시정요구 묵살/“한국지성·사상 경시 교만한 태도”□사례/순조선종→전적인 조선노예/배나 갚아→선박으로 돌려줘/잠자리 잡으러→침실에 드는
고 함석헌선생의 글과 사상이 일본에서 심한 오역으로 왜곡, 훼손돼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유족과 후학들에 의해 3년간 계속되고 있다. 저작권자인 함선생의 아들 함우용씨(63)는 지난 15일 함선생 전집(한길사간)을 번역·출판해온 일본 신교출판사(동경도신숙구소천정·사장 삼강 암)에 즉각 출판중단을 요구하는 통고문을 발송했다.
92년 3월에도 김경재교수(한신대) 등 기독교계및 사회저명인사 40여명이 연서해 『번역원고를 서울에 보내 엄밀한 고증·감수 과정을 거칠 것을 제안하며 받아 들여지지 않을 경우 번역·출판사업의 중단을 요망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는등 함선생 전집의 오역출판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신교출판사에서 3년동안이나 이같은 요청을 무시했기 때문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으며 자칫 국제적 법정시비로까지 번질지도 모른다고 관계자들은 걱정하고 있다.
신교출판사에서 간행한 함선생 전집은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91년)를 시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야 산다」 「씨알 혁명의 꿈」 「뜻으로 본 한국역사」 등 4권. 지난 90년 일본인 10명이 모여 함석헌저작집간행회를 발족, 함선생 전집 20권중 10권을 선정하고 신교출판사에 위탁했다. 원본과 번역본을 비교 검토한 함석헌기념사업위원회(위원장 안병무) 운영위원 조형균씨(65)는 『함선생 전집의 왜곡출판이 강행된 것은 한국의 지성과 사상을 경시하는 일본의 교만한 태도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라며 『함선생 글이 어렵기 때문에 우리의 감수를 받도록 출판사와 간행회에 줄기차게 요청했으나 번번이 묵살당했다』고 분개했다. 조씨에 의하면 ▲순조선종(순조선종)→전적인 조선노예 ▲하느님이 배나 갚아 주셨다→선박으로 돌려주셨다 (배를 선박으로 해석) ▲젊은이들 걸음걸이가 왜 그리 기운이 없느냐, 마치 잠자리 잡으러 가는 것 같다→침실에 드는 것 같다 (잠자리를 침실로 오역) 등 어이없는 오역뿐 아니라 생략부분이 많아 함선생의 민족기상과 기독교평화사상이 전혀 전달되지 않고 오히려 「함석헌 위전」이 됐다는 것이다.
한편 신교출판사에서는 이에 대해 피차간의 견해차이에서 비롯된 일로써 고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 문익환목사도 작고하기 전인 지난해 봄「뜻으로 본 한국역사」 일역본을 읽고 일본의 함석헌저작집간행회에 『함선생은 민족혼의 순수하고 심오한 경지를 보여주고 계신 분입니다… 오역부분이 판정받도록 하고… 앞으로 출판되는 책도 책임있는 감수를 의뢰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 나의 생각입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으나 회답을 받지 못하고 타계했다.【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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