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혼이 비교적 쉬운 미국등 외국법원에서 상대배우자 몰래 이혼판결을 받아낸뒤 돌아와 이혼신고를 하는 변칙이혼수법이 등장했다. 이혼을 위해 외국으로까지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이혼판결의 경우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책주의란 결혼생활을 파탄시킨 잘못이 배우자 일방에 있다고 보고 그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입장이다. 이와는 달리 일단 가정파탄이 됐다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어느쪽 배우자든지 이혼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입장도 있는데 이를 파탄주의라 한다.
우리 민법도 규정상으로는 이 두가지 입장을 모두 수용하고 있으나 법원에서는 지금까지 유책주의를 엄격히 적용해왔다. 이는 잘못이 없는 배우자가 오히려 이혼을 당하는 상황이 허용되기 어려운 국민들의 법감정과 동양적 윤리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거부한다고 해서 이미 파탄된 가정이 쉽게 회복될 수는 없다는 문제가 남는다. 특히 소송으로까지 발전하는 과정에서는 이미 파탄의 책임을 어느 일방에게만 돌릴 수 없을 만큼 상황이 복잡해진 경우가 많다.
따라서 법원에서도 최근에는 이혼을 당한 배우자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 사로잡혀 이혼을 거부하고 있을뿐 실제로는 이혼할 의사가 있다고 판단되거나, 이미 다른 이유로 가정이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경우는 파탄주의의 입장을 취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고 있다.【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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