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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벌목공 대책/신재민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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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벌목공 대책/신재민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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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정치권에는 정부가 하고 있는 일에 우려의 말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최근의 「북한 벌목노동자」문제는 대표적인 케이스로 『과연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거냐』는 의구심까지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 13일 김영삼대통령이 『시베리아 벌목장을 탈출한 북한노동자를 데려오도록 하겠다』고 말한뒤 정부는 금방이라도 일이 이루어질 것처럼 법석을 떨었다. 때마침 러시아를 방문중인 한승주외무부장관도 「희망적 소식」을 전해왔다. 그런데 1주일여가 되자 외무부쪽에서 『러시아가 국내사정상 잘 안움직여주는 것같다』는 얘기가 나오더니 급기야 20일 주돈식청와대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벌목노동자에 관해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않다』고 한발 뒤로 뺐다. 일이 이쯤되면 눈이 핑핑 돌만도 하다.

 그런데 민자당내 외교안보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사안의 심각성은 훨씬 큰것같다. 『벌목노동자문제가 알려진게 이미 1년이 넘었다.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정부라면 데려올 경우 어떤 방식과 절차가 가능한지등의 대책을 벌써 세워두었어야 한다.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고 나서야 망명이니, 귀순이니, 난민이니 하면서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왜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있는 지를 잊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지난 1월 연두기자회견에서 김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한 때 부터라도 관련부처는 벌목노동자 처리에 관해 연구했어야 마땅했다. 과연 한국거주를 희망하는 벌목노동자는 누구이고 몇명이며 이들을 데려온다는 결정이 나면 어떻게 해야하고 또 이와 관련한 러시아, 나아가 중국의 입장은 어떤 것이고 북한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등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랬더라면 『데려오는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을 터이고 김대통령도 좀더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었을 터이다. 더욱이 이 문제가 핵을 가지고 고집을 피우고 있는 북한을 견제하려는 의도와 결부된 것이었다면 특히나 신중했어야 옳다. 지금에 와서 러시아의 입장을 운운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게으름에 대한 핑계」로밖에 안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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