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문화만날때 진정한 경쟁력”/기업이익 사회환원 연결고리 될터/회원사 이미지제고·홍보혜택 “고루”□대담=박무경제부장
우리나라 기업들은 종종 돈밖에 모른다는 소리를 듣는다. 지난 20여년간 기업들이 경제성장에 바친 눈부신 기여도 결국 「공익과 정의」를 도외시한 지나친 「이윤의 논리」때문에 허무하게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기업과 문화예술, 경제와 공익이 한자리에서 만나려는 움직임이 재계 일각에서 조용히 일고 있다. 『우리도 시민기업으로서 정당한 평가를 받고 싶다』면서 기업들이 문화예술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 지난 18일 발족된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는 우리 기업들도 사회의 정서와 함께 호흡하고 국가의 먼 미래를 생각하고 있음을 선언한 것으로 평가된다. 경제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접목시키려는 노력의 첫 결실인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 창립총회에서 초대회장으로 선출된 최원석 동아그룹회장을 만나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운동에 관한 얘기를 들어본다.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는 기업들이 문화예술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메세나」란 말을 잘 모르고 있는 것같습니다.
▲저도 최근에야 알게 된 것이지만 메세나(MECENAT)는 고대 로마제국의 정치가이자 문예보호운동가였던 마에케나스(MAECENAS)의 이름에서 유래한 불어로 문화 예술 과학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와 지원을 의미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르네상스시대에 미켈란젤로를 비롯한 예술가들을 전폭적으로 후원했던 메디치가를 메세나활동의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을 겁니다. 과거 조선시대에 양반들이 시인 화가 명창들에게 풍류의 장을 제공했던것을 보면 우리나라에도 메세나전통은 뿌리가 매우 깊은 셈이지요.
○경제-문화 상호의존
―이번에 메세나협의회를 구성하게 된데에 특별한 동기라도 있었는지요.
▲과거 가난한 시절에는 일하고 돈버는 데만 매달릴 수밖에 없었지만 이젠 사회와 공익성을 생각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려면 자본이나 기술도 뛰어나야겠지만 결국은 문화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합니다. 기업들의 메세나협의회가 탄생하게 된것도 경제와 문화를 상호의존적으로 발전시키자는 취지입니다. 물질적 생산활동인 경제와 정신적 창조행위인 문화가 함께 만날때 진정한 국가경쟁력이 나오는것 아닙니까. 혼과 정신이 담기지 않은 상품은 절대로 오래 갈 수 없지요.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이윤을 사회에 돌려주고 또 자기회사의 좋은 이미지를 심기 위해 문화후원사업을 펴왔지만 산발적이고 1회적인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때문에 기업과 문화를 이어주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연결고리가 없어 지원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후원의 혜택이 전혀 미치지 않는 문화사각지대도 많았습니다. 메세나협의회 결성을 통해 개별기업들이 지원할 수 없었던 문화사업도 많이 소화될 수 있을것으로 봅니다.
○각종문화행사 지원
―어떻게 협의회를 꾸려나갈 계획이십니까. 구성도 다양하고 개개 회원사들의 목소리도 클것 같은데요.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업청사진은 현재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협의회는 대기업 중소기업을 망라한 2백6개 회원사가 똑같이 연 2백만원의 회비를 내서 운영하게 되는데 메세나활동에 따른 기업홍보나 이미지제고등 사업의 혜택도 골고루 돌아가게 될것입니다. 주요사업은 숨은 예술인의 발굴이나 기업과 문화예술단체의 자매결연, 후원회결성등을 주선하고 문화행사에 각종 지원을 맡는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메세나의 의의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입니다.
○16국에 메세나단체
―외국의 기업들은 문화예술사업을 지원하는데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라고 들었습니다. 외국의 기업메세나단체들은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요.
▲록펠러재단을 주축으로 1백49개 회사가 모여 지난 67년에 「기업예술지원위원회」를 결성한것이 현대적 메세나운동의 효시라고 합니다. 영국에도 1백80여개의 회원사를 둔 「예술지원기업협의회」가 70년대 중반부터 활동중이며 프랑스에는 「상공업메세나추진협의회」가 발족돼 있습니다. 현재 세계 16개국에 18개 메세나단체가 있는데 특히 유럽에는 「기업문화후원연맹」이란 국제단체까지 조직될 만큼 활발한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더군요. 가까운 일본에서도 90년에 2백여개 업체로 구성된 「기업메세나협의회」가 발족됐는데 회장은 세계적 화장품회사인 시세이도사 대표가 맡고 있다고 합니다.
○주위권유강해 수락
―탁구와의 오랜 인연 때문인지 최회장께서는 굉장한 스포츠애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예술후원단체인 메세나협의회 초대회장으로 추대된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데요.
▲문화예술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오래전부터 스포츠 못지 않게 많은 관심을 가져온 것은 사실입니다. 80년대초 백제문화연구원을 설립해 지금까지 운영해오면서 백제와 관련된 유적지 발굴과 학술행사 개최, 그리고 출판 연구사업에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성과도 많았습니다. 또 로댕을 비롯한 세계적 작가들의 미술전시회도 여러번 개최했지요. 얼마전 새로 지은 동아생명사옥의 1층 로비를 미술관처럼 꾸민 것도 직원들이나 방문객에게 문화적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협의회 회장직을 처음엔 사양했지만 이런 저의 문화에 대한 관심을 아시는 주위 분들이 강하게 권해 수락했습니다. 열심히 뛰어볼 작정입니다.
―메세나운동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최회장과 동아그룹하면 리비아대수로공사를 비롯한 여러 기록적인 해외건설진출이 연상됩니다. 해외사업은 잘 추진되고 있는지요.
▲리비아대수로공사는 예정대로 잘 추진되고 있습니다. 84년부터 시작된 1차 대수로공사는 사실상 완료됐으며 2차 공사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30억달러규모의 3차 대수로공사의 수주문제가 남아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가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리비아 현지합작법인을 통해 계속 추진중입니다. 시공업체는 어디까지나 리비아정부가 정할 일이지만 1, 2차 공사 모두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어 수의계약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밖에 중국등에 대한 건설진출을 적극 추진중입니다.【정리=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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