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흐름 따라야” “아직일러” 팽팽히 맞서/사회·종교단체 반발 국회통과 진통클듯 21일 국회법사위가 개최한 「낙태죄 및 간통죄에 관한 공청회」는 92년 7월 법무부가 제출한 형법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앞두고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던 낙태죄와 간통죄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다시 한번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특히 공청회의 결론이 국회 법사위의 결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관심을 모았다.
이날 주류를 이룬 「간통죄폐지 시기상조」주장은 황해진변호사의 입장으로대변된다. 황변호사는『장기적인 관점으로 볼때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간통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겠지만 아직은 국민의 법의식을 고려해 볼 때 성급한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황변호사는 이어 법무부가 대안으로 형량은 낮추고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해 법운용에 탄력성을 부여한 것은 바람직하나 입법취지를 감안해 실형위주의 운영방법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규헌서울지검 검사는 47년 간통죄를 폐지한 일본을 예로 들며『성윤리는 다른 기본권처럼 헌법이 보장하는 절대불변의 개념이 아니므로 더이상 간통죄의 존폐를 40년후의 형법개정후로 미뤄서는 안된다』며 간통죄폐지를 주장했다.
간통죄 존치론자들은 여성의 권익보호등을 이유로 간통죄폐지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형법이 이런 사회여건 미성숙을 전제로 한 비영속적 요소를 보호법익으로 해야 할 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박상기교수(연세대 법대)는 『간통죄 처벌의 순기능으로 여성과 성윤리보호 및 간통예방 효과를 들고 있지만 과연 실제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간통죄를 전면적으로 폐지하기보다는 축첩행위라든지 가정을 파괴할 정도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간통만을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한적 처벌론」을 주장했다.
낙태죄의 쟁점은 낙태허용범위를 형법에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낙태를 인정하는 셈이라는 종교계측의 주장과 개정안의 낙태허용범위가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
박삼봉서울고법판사는 『현행 모자보건법은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가 거의없는 일종의 프로그램적 규정』이라며 『낙태죄를 형법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판사는 ▲성범죄로 인한 낙태허용기간을 20주이내로 한 것은 지나치게 길고 ▲혈족 인척간 임신의 낙태허용은 혼외자의 출생방지라는 가치보다는 생명존중의 가치가 훨씬 크므로 재검토해야 하며 ▲일본과 같이 낙태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를 제한하고 낙태에 대한 판단을 시술자가 아닌 제3의 자격있는 의사가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상기 교수는『개정안에 원칙적으로는 찬성하나 12주내의 일반낙태를 허용하되 의사나 종교단체등과의 상담을 거치도록 하는 낙태억제장치를 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종교계를 대표해 나온 천주교의 송열섭신부는 『생명권은 신성불가침의 기본권』이라며 『낙태허용기준자체를 삭제해야 한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공청회는 결국 간통죄 존치와 낙태의 제한적 허용으로 기울었고 국회도 전폭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53년 형법제정후 40년만의 개정안이 국회에서 최종통과되기까지 종교단체나 사회단체들의 반발로 진통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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