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후퇴 핵개발 시간벌기” 분석/“당초 시한맞춰 압력” 주장대두 다음달 초로 예정된 북한의 핵문제해결시한이 다가오면서 김일성주석등 북한의 고위층들이 잇달아 대한 대미유화발언을 내놓고 있어 그 진의여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최근 김일성주석의 82세 생일을 전후해 미국의 CNN 일본의 NHK 방송등 서방언론사와 한반도 전문가들을 초청, 강도높은 평화공세를 펴고있다. 김주석은 지난 16일 CNN과 NHK와의 회견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제조할 생각도 없다』며 『미국을 방문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워싱턴 타임스와의 회견에서는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낳고 있는 영변의 방사화학실험실을 폐기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데 이어 윌리엄 테일러 미전략및 국제문제연구소부소장과 만나 『언제 어디서든지 김영삼대통령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용순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부위원장과 인민무력부 김영철소장등은 한반도전쟁 발발시 북한이 패배할 것이 분명해 북한은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발언은 북한에 대한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채택후 남북대화석상에서 「서울은 불바다」운운하며 전쟁분위기로 몰고가던 이달초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북한측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같다. 미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는 『북한은 핵문제에 관해 항상 강온양면전략을 구사해왔다』며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을 전후해 초강경 대결자세를 보였던 북한은 이제 또다시 유화국면으로 돌아서 사태진전을 지켜보고있는 것같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핵무기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 또 다시 카멜레온처럼 피부색을 변화시킨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유화발언은 시간벌기외에 한미간의 대북한공조체제를 와해시키고 미국내 강온파간의 대결을 심화시키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통해 현 핵문제를 해결, 대미관계개선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를 갖고있다. 대미평화공세를 통해 한국이라는 장애물을 뛰어 넘으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핵문제가 북한과 미국 쌍방간의 문제라고 주장해온데서도 뒷받침된다.
북한의 이같은 전술은 그동안 북한이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등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에 집착하는 이유에서도 엿볼 수 있다. 북한은 우선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가장 빠르고 쉽게 동북아의 정치외교 군사적 강국으로 등장할 수 있다고 믿고있다. 또 핵개발 초기단계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더라도 일단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게되고 대미 대서방관계개선을 오히려 쉽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일차적으로 핵무기개발이라는 카드를 통해, 차선책으로는 핵무기보유를 통해 대미관계개선의 목표를 달성하는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년간에 걸친 북한의 언행을 되돌아보면 북한의 진의는 더욱 자명해진다. 북한이 지난해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이후 IAEA핵사찰단이 어렵게 영변핵시설사찰을 끝낸 지금까지 핵문제는 진전된 게 하나도 없다. NPT탈퇴직전의 상황으로 원위치한 상태다. 다시말해 1년동안 미국은 북한의 강온전략에 말려든 셈이다.
때문에 미정가일부에서는 김주석의 유화발언에 또다시 말려들면 안된다고 경계하는 시각이 팽배해지고 있다. 오는 5월초로 예정된 해결시한에 맞춰 당초의 시나리오대로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매커리미국무부대변인이 19일 김주석의 발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IAEA의 북한핵프로그램에 대한 평가가 문제해결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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