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김기석교수,「헐버트 수고」 등 발굴/강압적 을사늑약 무효선언 등/근대사 재조명할 귀중한 사료/당시 미일간 아시아 정치 비밀거래 자료도 일제침략에 맞서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고종의 외교노력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료와, 을사륵약이 국제법상 무효임을 확인한 문서 등 근대사연구에 중요한 사료들이 미국에서 대거 발견됐다.
서울대 김기석교수(교육학)는 20일 미국 컬럼비아대학 귀중도서 및 수고 도서실에서 고종의 밀사로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세계에 알린 미국인 호머 B 헐버트박사의 미발간 회고록 「동양의 메아리―극동에서의 삶의 회고」와 그의 「수고」를, 하버드대학 도서관에서 을사늑약이 무효임을 국제적으로 인정한 「하버드 보고서」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헐버트박사의 회고록과 수고는 대한제국 말기의 정치·외교적 상황과 고종의 국권수호를 위한 외교노력을 재조명할 수 있는 자료로 을사늑약의 무효를 선언한 고종친서(을사늑약 무효선언문·1906년 6월22일 작성)의 발송·전달경위를 추적할 수 있는 기록으로 평가되고 있다.
헐버트박사는 1886년 신교육기관인 육영공원의 교사로 한국에 온 이래 고종의 외교고문으로 일하면서 비중있는 역할을 한 인물. 1907년 고종의 밀사로 일본과 청국을 제외한 미국·영국·프랑스 등 9개국 원수에게 「을사늑약 무효선언문」을 전달하려 했으나 고종의 강제퇴위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떨어져나간 표제와 제1장을 제외한 총 3백41 쪽 24장이 남아있는 「수고」에는 제11장(황제의 친서) 제13장(황제의 강제퇴위)등 2장에 걸쳐 고종친서와 관련된 내용이 상세하게 수록돼있으며, 제13장에는 을사늑약무효선언문의 영문 번역이 실려있다.
또 수고에는 일본이 을사늑약 체결을 위해 압박을 가할 당시 고종이 「조미수호조약」(1882년 체결)에 따라 미국의 도움을 얻기위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영문 「주권수호협조요청서」가 실려있다.
미국은 당시 헐버트박사가 이 요청서를 전달하려하자 11월18일 을사늑약 체결로 외교권이 일본에 「자발적」으로 이양돼 조미조약은 더 이상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접수를 거부한 뒤 같은해 12월 간접통로를 이용해 입수했다고 「수고」는 밝히고 있다.
함께 발견된 회고록에는 3백28쪽 32장에 걸쳐 헐버트박사가 1886년 한국에 온 이래 1919년 제1차세계대전 종료 후 베르사유조약이 체결될 때까지 일본의 조선·중국에 대한 침략상과 대한제국을 둘러싼 열강의 움직임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김교수는 『미국 국제법학회가 1927년 하버드대 법대에 의뢰해 작성한 「미국 국제법학지」(1935년간)의 「하버드 보고서」에는「국제적인 조약을 체결할 때 강박에 의해 체결된 조약은 무효」라고 선언하면서 그 대표적인 예로 대한제국과 일본 사이에 체결된 을사늑약을 예시해 이 조약이 이미 1935년부터 국제적으로 무효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 국회도서관에서 찾아낸 외교문서인 「루스벨트전문」은 을사늑약 체결 직전 태프트 미 육군대장과 가쓰라 일본수상이 필리핀과 한국의 분할지배를 묵시적으로 밀약한 「가쓰라―태프트」밀약이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체결된 사실과, 고종의 「주권수호요청」에 대한 미국의 거절배경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이태진교수(서울대)는 『이번에 발견된 문서는 고종황제가 을사늑약 체결을 전후해 일본의 불법적인 군사침략에 맞서 벌인 총체적인 외교노력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서사봉·김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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