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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미선 더 엄격적용/성차별언행 시늉까지 해당… “정치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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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미선 더 엄격적용/성차별언행 시늉까지 해당… “정치이슈”

입력
1994.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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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판사 파문등 계기 경각심 높아져 미국에서 성희롱(SEXUAL HARASSMENT)이라는 말이 한창 유행한 때는 지난 91년이었다. 미연방대법원판사에 지명된 흑인 판사 클레어런스 토머스가 과거 직장동료였던 애니타 힐이라는 흑인여성에게 음담패설을 비롯한 수많은 성적 학대를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상원청문회의 증언대에 선 것이 이때였다.  또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가스에서 세미나에 참석중이던 해군장교들이 술에 취해 동료 여군의 가슴을 만지는등의 행패를 부려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된 것도 그해 9월이었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성희롱에 관한 미국인들의 인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직장 동료들간에 농담이 줄어들었는가하면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생지도에 꼭 필요한 신체적인 접촉(체육 실기지도의 경우)까지도 회피할 정도로 과민반응을 보였다.

 물론 이 두 사건은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성적인 희롱을 가한 전형적인 케이스이다. 토머스대법관은 균등고용기회위원회(EEOC) 에 재직할 당시 애니타 힐이라는 여성에게 데이트를 강요하는가하면 음모나 성기등을 화제로 농담을 건네 성적 학대를 일삼았다는 구설수 때문에 상원에서 곤욕을 치렀다. 당시 TV를 통해 미전역에 중계된 토머스대법관 지명자 인준청문회는 세간에 엄청난 화제를 뿌리며 성희롱에 대한 일반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에 못지않게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사건이 바로 「테일훅 스캔들」이었다.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린 해군 및 해병 조종사들의 연례 모임인 「테일훅 컨벤션」에 참석중이던 일부 남자장교들은 만취한채 동료 해군여성들의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고 옷자락을 잡아 당기는등의 행패를 부렸다. 이에 따라 로렌스 게리트 해군장관이 사임하고 대대적인 감찰부감사가 실시됐다.

 이 사건은 최근까지도 그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테일훅 사건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벌어진 노골적 성희롱이기 때문에 칸막이 사무실에서 일어났다는 토머스대법관의 성희롱과는 차이가 있지만 둘 다 남성에 의한 여성학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성희롱사건은 반드시 이처럼 남성이 가해자인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즉 미국에서는 90년대들어 여성 직장상사가 남성 부하직원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이같은 현상은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 93년초 LA를 떠들썩하게 한 구티에레즈와 마티네즈간의 소송이 여성에 의한 남성 희롱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욕조제조회사의 간부였던 구티에레즈는 여사장 마티네즈가 일과후 데이트는 물론 성관계까지 요구했으며 그가 이를 거부하자 해고위협을 가해왔다면서 1백만달러(약8억원)를 요구하는 소송을 낸 끝에 승소했다.

 미국사회에서의 성희롱 개념은 이처럼 노골적인 사례는 물론이고 성차별적인 언사나 행위 또는 그러한 시늉까지도 포함하는 표현으로 폭넓게 쓰인다. 성희롱은 곧 인권침해로 간주되며 낙태등과 함께 민감한 정치적 이슈가 되어 있기도 하다. 

 미국의 식자층이 남녀를 불문하고 『성희롱 혐의를 받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말을 할때 『정치적으로 올바르게(POLITICALLY CORRECT) 행동하자』는 표현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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