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신고때 별도장부 작성 이중부담 벗어나/기업회계로 대체사용… 세무부조리 크게줄듯 기업들이 내년부터는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의 2중부담을 벗게 된다. 재무부가 연내 법인세법등 각종 세법을 고쳐 세무회계원칙을 기업회계원칙에 일치시키기로 함에 따라 기업들이 세무신고 때 별도의 세무회계장부를 만들 필요가 없어지게 됐다. 재무부는 이를 위해 이미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재무부의 세무회계 폐지방침에 따라 기업들이 세무신고를 할 때마다 세무회계원칙을 잘 지켰느냐의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장부정리 분쟁」이 원천적으로 사라지게 됐다. 아울러 세무부조리의 소지도 그 만큼 줄어들게 됐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결산을 마치고 세무신고를 할 때마다 세무회계원칙에 의거, 평소 작성해온 기업회계장부를 뜯어 고쳐 다시 세무회계장부를 만들어야 했다. 기업회계와 세무회계등 두 가지 회계원칙이 기본구조는 같으면서도 미묘하고 복잡한 차이가 있어 일일이 재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내로라 하는 세무담당자들도 이 차이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 때문에 세무사등 세무전문가가 반드시 개입하지 않을 수 없게 돼 있었다. 그러니 이때마다 투입되는 품과 시간 경비등의 비용이 엄청난 것일 수밖에 없었다. 전국의 크고 작은 7만여 법인기업들이 예외없이 이러한 부담을 지지 않을 수 없었다.
세무당국도 기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일 때 몇 보따리나 되는 엄청난 양의 기업회계장부를 세무회계원칙에 따라 하나하나 대조해야 했다. 기업회계원칙에서 보자면 문제가 없더라도 세무회계원칙에서 보면 문제가 될 수가 있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하느라고 몇 보따리나 되는 회계장부와 한동안 씨름을 해야 했다. 인력등 경비의 낭비가 있음은 물론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기계설비를 10년간 할부로 구입할 경우 이자액에 대해 두 회계간에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다. 기업회계에서는 이자액을 기계구입가격과 분리, 지급이자로 처리한다. 반면에 세무회계에서는 이자액을 기계구입가격에 포함시켜 모두 취득원가로 처리, 감가상각때 손금으로 처리한다. 결과적으로 손금으로 인정받는것은 똑같다. 그러나 기재항목은 엄연히 다른것이다. 결과는 같은데 과정은 다르다. 이러한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니 기업이 회계상 혼란을 겪고 어려워하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건설공사의 경우 수입금액을 따지기 위한 공사진척도를 계산하는 방법도 다르다. 93년부터 95년까지 3년간 공사가 진행된다고 치자. 기업회계에서는 94년 공사분을 산출할 경우 94년말까지의 총공사액에서 93년말까지의 공사액을 빼 계산한다. 반면에 세무회계에서는 94년분만을 별도로 일일이 산출한다.
이러한 차이점이 기업에 세금을 더 내게 하거나 덜 내게 하는것은 거의 없다. 단지 세금을 언제 내느냐 하는 납세시기가 문제일 뿐이다. 즉 세금으로 1백만원을 내되 93년에 내느냐 혹은 94년에 내느냐 하는 문제이거나 3년에 걸쳐 내느냐 5년에 걸쳐 내느냐 하는 문제일 뿐인것이다. 그런데도 기업회계원칙에 의해 작성된 장부를 다시 세무회계원칙에 맞춰 제대로 바꿨느냐의 여부를 놓고 피곤한 논란·분쟁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던것이다. 이런 분쟁은 결과적으로 세금을 더 내느냐 덜 내느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세금 분쟁」이 아니라 단지 「장부정리 분쟁」일 따름이다.
재무부가 세무회계를 과감하게 없애기로 한것은 우루과이라운드(UR)등 개방화 국제화시대를 맞아 기업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 경쟁력강화에 보탬이 되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미국등 선진국의 경우 기업회계가 그대로 세무회계로 인정받고 있는데 국내기업만 추가부담을 하게 해서는 경계선없는 경쟁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을 깔고 있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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