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에 이 봄과 함께 훈훈한 바람이 일고 있다. 정부가 16일 첫 여성시장과 구청장을 임명한데 이어 18일 서울대 자연대 조교 우모양의 성희롱사건 손해배상소송판결에서 우양의 호소가 받아들여지는 등 여성 권익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변화가 시작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고 이만한 일로 떠들썩한 현실이 이상하지만, 여성의 지위향상이 급속적이라는 점은 주목할만한 시대적 흐름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여성인력은 활용보다 사장이 더 많았고 사회에 진출한 여성도 능력평가의 공정한 기회를 갖지 못하고 「직장의 꽃」이란 테두리안에서 맴돌다 도중하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여성시장과 구청장의 탄생이 커다란 뉴스가 된 자체가 이를 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여성에대한 부정적 시각을 깨뜨린데는 사회의 인식변화와 더불어 여성계의 꾸준한 노력과 여성고용평등법 제정이 그 토대가 된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문민정부가 들어선후 민주화와 함께 그동안 더디게 진행되던 여성지위향상에 대한 변화의 걸음이 이 토대를 바탕으로 한결 빨라진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6%(93년 현재)로 공무원 4명중 1명은 여성이다. 사무관이상의 여성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0.2%에 불과하나 이숫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한때 여성장관이 3명이나 됐던 사실도 가볍게 지나칠 수 없다.
그동안 여성채용을 꺼리던 기업들이 섬세한 여성인력의 활용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커다란 변화다. 은행에선 이미 남녀차별 인사원칙을 없앴고 지난해 연말 5백명과 1백50명의 여성인력을 채용했던 삼성과 현대그룹은 올해도 여성을 일정비율 채용하리라 한다. 다른 대기업들도 여성채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한다. 지금까지 대표적인 금녀분야였던 사관학교중 공사가 여자생도 모집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앞으로 민주화와 국민의식의 변화와 함께 여성의 사회활동의 자락은 점점 넓어지겠지만 지금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사회에서나 여성이 제몫을 찾을수 있는 분위기가 더욱 확산돼야 한다. 정책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성고급공무원과 국회의원의 숫자가 적은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우리나라 여성국회의원의 비율은 전체의 1.3%로 세계적으로 꼴찌에서 세번째다.
정책적인 배려없이는 이같은 불균형의 빠른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 무엇보다 여성을 보는 사회의 인식변화가 중요하다. 여성도 능력에 따라 공정한 평가를 받고 여성이란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새로운 인식의 시대가 오고 있다. 지금 여성계에 부는 전환기적 바람은 이같은 량성시대에 대비하라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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