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경찰 친분이용 무기밀매로 축재/자선사업가 행세… 추모객 2천명 몰려 최근 암살된 오타리 크반트리쉬빌리 러시아스포츠맨당 당수(46)가 지하경제를 움직여온 마피아두목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모스크바 경찰당국이 밝힌 크반트리쉬빌리 암살사건은 영화 「대부」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크반트리쉬빌리당수는 지난 5일 모스크바중심가인 크라스나야 프레스냐가의 한 바냐(목욕탕)에서 나오다 길건너편 건물 옥상에서 한 저격범이 쏜 총에 머리와 가슴등을 맞고 즉사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총알이 날아온 건물을 수색했으나 망원렌즈가 부착된 독일제 장총과 탄창을 제외하곤 범인의 흔적조차 찾아낼 수 없었다.
이 사건은 크반트리쉬빌리의 개인차원을 떠나 러시아 현사회의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그는 전직 레슬링코치이자 사업가이며 운동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창설된 레브 야쉰재단의 이사장이었다. 또 지난해에는 12·12총선을 대비해 러시아스포츠맨당을 창당했다.
그는 특히 고아와 은퇴한 운동선수·상이군인들을 위해 많은 돈을 기부해 자선가로서도 널리 알려진 러시아사회의 명사였다. 지난 10일 그의 장례식에 무려 2천여명의 추모객들이 몰려 고인을 추모할 정도로 그의 명성은 대단했다. 하지만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행적과는 달리 그의 진짜 얼굴은 러시아의 지하세계를 움직이는 조직범죄집단인 마피아의 두목이었다. 평소 1백50여명의 보디가드를 데리고 다니며 러시아사회의 혼란과 KGB 및 경찰측과의 친분을 이용, 무기와 천연자원들을 국제브로커를 통해 밀반출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두얼굴의 사나이」로 밝혀졌다.
그는 최근에는 TV에 출연, 스포츠와 자선사업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며 방송을 통해 모스크바 조직범죄 소탕 특별수사반의 책임자에게 자녀의 장래를 생각해야한다고 말하는등 은근히 공개협박을 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어떤 이유로 누구에게 살해됐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러시아언론들은 연일 이와 관련한 추측보도를 하고있다. 일부에서는 크반트리쉬빌리가 정부 및 경찰과 너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지하세계의 의심을 샀기 때문에 살해된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가 지하밀거래에 너무 욕심을 내는 바람에 경쟁자가 암살했다는 설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약 1만∼2만달러짜리 보디가드를 수십명씩 데리고 다니는 인물도 청부살인업자에게 간단히 살해될 수 있다는 사실이 러시아사회의 치안부재 상황을 대변해준다.
지난 1년6개월동안 모스크바에서만 유명인사를 대상으로한 17건의 청부살인사건이 발생했으나 범인이 잡힌 적은 한번도 없다. 크반트리쉬빌리의 형도 지난해 총을 맞고 살해된 바 있다.
크반트리쉬빌리 가문은 그의 죽음으로 인해 풍비박산이 될것이 분명하다. 그의 죽음으로 평소에 그많은 검은돈을 어떻게 벌어들였는지 또 어떻게 관리했는지 등 모든 비밀은 묻혀버렸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최고권력자가 누구냐는 한 여론 조사에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보다 마피아라는 대답이 더 많이 나왔다는 사실은 러시아사회의 현주소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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