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민사지법이 지난 18일 직장내의 성희롱에 대해 국내 최초의 배상판결을 내린것은 성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행에 일대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다. 성문제에 있어서는 남녀가 본질적으로 다르며, 규범도 이중적일 수밖에 없다는 뿌리깊은 남성위주의 성문화가 이제야 도전받기 시작했다는것은 때늦은 감이 있다. 직장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에서 성희롱, 성폭행이 발생하고 있다는것은 남녀가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에 관한 조사들에 의하면 동료나 상사의 성적 농담, 치근거림, 지위를 이용한 교묘한 유혹등을 경험한 여성들이 칠팔십%에 이르고 있다.
이 문제에서 대학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은 놀랄 일이 못된다. 이번 사건은 서울대 조교였던 우씨(26)가 교수 신씨(52)를 고소하여 세상에 드러났으나 대학원 여학생들이나 조교들중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숫자는 생각보다 많다. 여자교수들은 여학생들이 찾아와 가끔 그런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말한다.
법원이 신교수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인정하여 3천만원의 배상을 하도록 판결하자 『여직원을 조심하라』 『농담하지 말고 쳐다보지 말고 만지지 말라』는등의 유행어가 삽시간에 온 장안에 퍼졌다. 가는 곳마다 성희롱이 화제가 되고, 앞으로 이에 관한 소송이 줄을 이을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법원은 서울대총장에게 감독자로서의 책임을 묻지 않았으나 일반 직장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경우 회사측에 감독자로서의 책임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 몇년 사이에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소송이 급증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사원교육등을 통해 성희롱 예방에 주력하는 회사들이 많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여사원에게 굿모닝 이외의 말을 하지 말라』는 농담이 나돌 만큼 소송사건이 늘어나 직장문화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남성들도 이제 말과 행동을 조심할 때가 왔다. 지금까지는 일단 성문제가 일어나면 가해자인 남성은 살아남고 피해자인 여성은 매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성희롱이란 한계가 모호하여 잘못 대응하다가는 자신이 이상한 여자로 몰릴 염려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들이 참아넘길 수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참지 않는 여성이 늘어날것이다.
남자들은 잘못된 「남자다움」의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에 대해서 분별을 잃는것은 「남자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치명적인 인격적 결함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직원 조심」이 아니라 남성위주의 문화에 잘못 길들여진 자신의 언행을 조심하는 풍토가 돼야 한다. 그것은 남자들이 무슨 손해를 보는것이 아니라 공동생활의 예절을 갖추는 일이므로 특별히 억울해 할 일도 아니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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