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패」 배치 담담 유화국면 유지/뉴욕 실무라인 전화접촉 재개 미국과 북한간에 대화의 물꼬가 트일 조짐이다.
유엔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북미대결국면은 김일성 북한주석의 생일과 갈루치 미핵대사의 방한을 계기로 해빙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의 조성을 위해 한국측의 특사교환 전제 조건 철회가 톡톡히 한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재미있는것은 페리국방장관의 방한과 페트리어트 미사일의 한국배치에도 불구, 북한의 반응이 의외로 담담하다는것이다. 미국정부는 이에 대해 『북한도 미국의 미사일배치가 공격용이 아닌 방어용이며 사실상의 외교적 압력카드란 점을 십분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풀이했다. 김주석의 「핵부재」주장 및 대화희망 언급이 미국으로 하여금 유화국면조성의 필요성을 새삼 환기시켰을 수도 있다.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은 18일 『북한이 핵사찰을 끝내 거부할 경우 미국정부는 대북 경제제재를 위해 유엔안보리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사찰거부는 그들을 더욱 심한 고립과 곤경에 직면하게 만들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공식입장은 이처럼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인하는 노력은 확고한 원칙을 고수하는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포착돼 왔다. 실제로 뉴욕의 북미실무라인에서는 최근 전화접촉을 재개한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기존입장을 서로 확인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지만 전화접촉을 시도해 대화의 채널을 계속 유지하는것만으로도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은게 아니냐』면서 『북한은 무엇보다 고위급회담개최를 갈망하고 있고 미국측은 사찰과 남북대화라는 지난 2월의 합의사항수락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그러나 남북대화가 고위급회담의 전제조건이라던 종전의 입장에서 다소 후퇴해 「남북대화는 핵문제해결을 위해 꼭 필요한것」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매커리 국무부대변인은 이날 남북특사교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밝히면서도 『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갈루치대사와 페리국방장관의 방한을 통해 좀더 구체화할수 있을것』이라면서 『아직 북한으로부터 이에 대한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미국무부의 입장은 예의 신중한것이긴 하나 특사교환철회를 통해 북한의 성의있는 반응이 생산되기를 크게 기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미국은 특히 북한의 김영철 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소장이 최근 CNN과의 회견에서 『북한을 이라크와 같이 취급하지 말라』고 말한 대목을 유의하고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외교 및 경제관계확대를 위해 적성국리스트에서 제외시켜 줄것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는것이다. 예컨대 미국이 북한의 입지를 넓혀줄 수만 있다면 핵사찰에 관해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신호를 북측이 보내고 있는것으로 해석하고있다. 크리스토퍼장관도 「사찰거부=제재」를 운운하면서도 여전히 경제원조라는 당근을 북측에 들이밀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은 특히 북한의 동맹국 국가원수중 시아누크 캄보디아 국가평의회의장 1명만이 김주석의 생일에 경축사절로 참석했고 중국도 이렇다 할 경축사절을 보내지 않은 사실에 주목하고있다.
북한 스스로도 고립된 현실을 잘 알고 있을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정황을 놓고 볼 때 북미 대화가 멀지않은 장래에 재개될것이란 전망은 그리 어렵지 않다. 도널드 그레그 전주한미대사는 이날『이제 미국은 북한의 핵포기 대가로 무엇을 줄것인가를 명시적으로 밝힐 때가 왔다』며 대화국면으로 전환돼 가고 있음을 시사했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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