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근처에도 가지말라”도/신체접촉불가피 업종은 곤혹 「서울대조교 성희롱사건」에 대한 법원의 손해배상판결이 나온 뒤 직장마다 성희롱의 범위등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또 불가피한 「신체적 접촉」이 많은 업무를 맡은 곳에서는 말썽의 여지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느라 고심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9일 상오 여러 직장에서는 여자사원들에게 어느 선까지 성적 농담이 허용되는지에 대해 심각한 토론이 벌어졌다. 서울 중구 명동의 모은행 지점 허모씨(31)는『일상적으로 주고 받는 농담 한마디도 성희롱이 될 수 있는지를 놓고 직원들이 격론을 벌였다』며『이제 말 한마디 손짓 하나도 여직원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느냐는 넋두리도 나왔지만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테니스 골프강습등 피교육자의 신체부위에 접촉하며 동작등을 지도해야 하는 체육강사 운전교습강사등은 이번 판결에 적잖이 위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의 골프연습장에서 개인지도를 하는 황모씨(28)는『골프가 보편화되면서 고객의 30% 이상이 여성인 상황이지만 신체에 손을 대기가 꺼려진다』며 『심리적 압박감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모여대 체육학과 고모 조교수(35)는 『여학생들과 신체접촉이 불가피한 체조시간등에는 흰 장갑을 끼고 지도해 왔으나 오늘 수업시간에는 전에 없이 어색한 분위기를 느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이어 『교수와 학생사이에 신뢰감이 없어지면 교육자체가 어려워질것』이라고 우려했다.
각종 시위 해산과정에서 여자시위대와의 신체적 접촉으로 물의를 빚었던 경찰도 고민이 커졌다. 경찰 관계자들은 『앞으로 시위해산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뿐 아니라 여자피의자 조사에도 여경을 입회시켜 「성희롱」논란을 예방해야 할 것같다』고 고충을 밝혔다.
그러나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판결로 성희롱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것은 큰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차제에 성희롱을 형사처벌하는 법을 제정,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악습이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여성의 전화」 인권부 남충지간사(27)는『여성들에 대한 성희롱등 노골적인 인권침해행위가 우리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어 왔다』며 「직장내 성희롱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결과를 지적했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신체접촉이나 성희롱 농담등은 모든 직장에 일반화돼 있는것으로 밝혀졌다. 직장 야유회에서 술에 취한 남자 간부직원이 20대 여직원들앞에서 옷을 마구 벗는 행패를 부린 사례등 갖가지 유형의 성희롱이 고발됐다. 남자직원들이 근무시간에 사무실간의 팩시밀리로 음란사진을 여직원에게 보낸 사례등도 있었다.
남간사는『성희롱 처벌의 입법화도 필요하지만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당하지만 말고 용기를 내어 대처해야만 이 사회에서 성희롱을 추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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