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강화·개혁노력이 성패가름/농업개방 충격도 도약디딤돌 돼야 세계무역기구(WTO)로 형상화된 신국제무역질서는 우리에게 「위기」보다 새도약의 기회를 안겨줄 「도전」이다.
WTO는 종전 GATT(관세무역일반협정)체제 밖에 방치됐던 농산물 서비스 지적재산권등 새로운 분야를 흡수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국제무역질서의 새 규범으로 떠올랐다. 서덜랜드GATT사무총장은 마라케시에서 『WTO 설립에 따라 무역 통화정책 개발금융등 3대 축을 통해 인류의 공존번영을 이룩하려 했던 브레튼 우드체제의 목표가 실로 반세기만에 충족됐다』고 감격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내용의 절충을 둘러싸고 막판까지 버틴 프랑스의 롱게통상산업장관도 『UR협상 결과에 대해「만족 경계 희망」의 세 단어로 프랑스입장을 요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UR가 성공적으로 종결됐다는 의미에서 만족이고, 국내 여론을 설득해 비준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에서 경계이며, 전세계가 보다 넓은 시장개방의 기회를 가져 희망적이라는 뜻이다.
대외무역의존도가 국민총생산(GNP)의 52%(93년)에 이르는 우리나라는 WTO체제의 관세인하 시장개방확대등 무역장벽 철폐에 따른 혜택을 세계 어느나라보다 많이 누릴 수 있는 구조적 여건을 갖고 있다. 특히 WTO체제가 무역규범을 보다 명료히 구체화함으로써 일부 국가의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수입규제를 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은 통상마찰 해소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철수상공자원부장관이 지난 13일 마라케시에서 캔터미무역대표부(USTR)대표를 만나 최근 미국의 슈퍼301조 부활에 우려를 표명하자 캔터대표는 『GATT 회원국이나 GATT규범의 적용을 받는 품목에 대해선 GATT원칙 준수가 우선된다』고 대답했다. 분쟁해결절차라는 장치를 마련한 WTO체제에서는 지난 80년대 후반 국내 무역업계를 그토록 곤경에 빠뜨린 미국의 301조, 유럽공동체(EC)의 반덤핑제소등 일방적 조치가 훨씬 줄어들 것임을 시사하는 언급이다.
선진국의 경제협의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WTO출범 10년뒤에 현재보다 2천7백40억달러의 소득증가가 기대된다는 계량분석결과를 발표했었다. 따라서 우리처럼 대외지향적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는 경쟁력 강화등 자체 노력 여하에 따라 이같은 세계경제활성화의 과실을 얼마든지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UR타결과 WTO출범으로 그동안 국내시장의 온실속에 보호돼온 농업과 서비스업등 상당한 부문이 개방의 한파에 노출되는 충격을 겪어야 한다. 하지만 이 진통은 우리경제가 선진화하는 과정에서 어차피 한번은 겪고 넘어가야 할 시련이다. 우리나라가 성장을 시작한 60·70년대 무렵 경제규모가 아직 왜소하던 때에는 미국 EC등 어느나라도 우리상품에 대해 본격적인 수입규제를 하지 않았었다. 80년대 중반이후 우리가 엄청난 통상압력에 시달려야 했던 이유도 따지고 보면 교역규모가 그만큼 커졌기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가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이상 교역상대국과의 시시콜콜한 통상마찰을 피하기 위해, 또 국내의 산업구조 제도 관행 법령등을 선진국수준에 걸맞게 정비하기 위해서도 급속한 자체개혁과 진통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결국 WTO로 구체화된 신국제경제질서는 우리경제의 발전과정에서 적절한 때 맞이한 「도전」가운데 하나일뿐이다. 이 도전을 얼마나 빠른 시일내에 슬기롭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성공과 실패는 뚜렷이 판가름날 것이다.【마라케시=유석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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