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시장 위축 급전융통 힘들어/“피해안입은 상인 거의 없을정도” 금융실명제 실시로 인한 사채시장 위축, 오랜 경기침체등으로 낙찰계가 성행하면서 계주가 계를 깨고 잠적하는 사기사건이 잇달아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영세상인들이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조직하는 도·소매시장의 낙찰계가 잇달아 깨져 부작용이 심각하다.
경찰과 피해자들에 의하면 올들어 서울에서만 1백여개의 낙찰계가 깨진 것으로 추산되는데 한 사건의 피해자가 1백여명, 피해액이 1백여억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상인들에 의하면 표면화되지 않았을 뿐 전국 재래시장에서 최근 낙찰계가 연쇄적으로 깨지고 있다고 한다.
배당순서와 금액이 정해져 있는 일반 번호계와 달리 가장 적은 금액을 써내는 사람이 곗돈을 타도록 돼있는 낙찰계는 도박성이 강해 사고가 나기 마련이지만 최근에는 급전 융통이 어려워지자 어쩔 수 없이 계에 드는 상인등이 많아 피해가 커지고 있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경우 지난해말부터 이달까지 낙찰계 10여개가 깨져 박미화씨(42)등 계주 3명이 사기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특히 이 시장에서는 계주가 낙찰금액을 계원에게 현금으로 주지 않고 당좌수표나 가계수표로 지급한뒤 14억원대의 부도를 내고 달아나는 신종 사기사건까지 발생했다.
서울 잠실동 주공아파트 인근 새마을시장 낙찰계 40여개도 지난해말부터 깨지기 시작, 박향순씨(33·서울 송파구 잠실동)등 계주 2명이 구속됐다.
이달초 발생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낙찰계사기사건은 계주 4명이 운영하다 깨진 계만 37개에 피해자가 1천여명, 피해액은 1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가락동시장과 잠실 새마을시장 사건도 피해 상인들이 생업에 쫓겨 떼인돈 찾기를 포기해 표면상 피해금액이 10억원대에 머무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1백억원대 이상이라는 것이 경찰의 말이다.
피해자 동모씨(38·보석세공업·서울 성동구 금호동)는 『가게를 마련하기 위해 3천4백만원짜리등 여러개의 낙찰계를 들었는데 지난해 계주가 달아나는 바람에 살길이 막막하게 됐다』며 『시장에서 장사하는 다른 친구들도 최근 낙찰계가 깨져 피해를 입지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낙찰계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은 목돈을 신속하게 손에 쥘 수 있고, 나중에 타는 사람은 적은 불입금으로 거금을 만들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특히 상인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낙찰과정에서 계주의 농간이 개입될 소지가 많고, 한쪽에서 낙찰받은 곗돈으로 다른 계를 드는 이른바「맞계」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먼저 돈을 타고 제대로 곗돈을 내지 않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연쇄적으로 깨질수밖에 없는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와 금융실명제실시로 사채시장이 위축되고 은행문턱은 여전히 높아 급전융통이 힘들어지면서 계주나 계원이 불입금을 감당하지 못해 계를 깨는 사례가 늘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른바 사회정화운동때문에 음성적인 자금순환이 마비돼 한해동안 서울에서만 3백개 가까운 계가 깨졌던 80년 「계파동」의 재판이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다.【김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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