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쟁이는 농경사회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선조들의 생활도구였다. 이듬해 뿌릴 씨앗을 보관하기 위해 짚으로 만들어진 오쟁이는 보통 비가 들이치지 않는 기둥에 걸렸다. 씨앗을 농가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농경사회에서 오쟁이는 이듬해를 위한 농부들의 지혜가 담긴 도구였다. 여름날 넝쿨에 주렁주렁 달린 수세미를 연상시키는 오쟁이는 추수를 끝낸 농부들의 거친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정성껏 만들어진 오쟁이에는 고추, 쌀, 보리등 농군이 한해동안 흘린 땀의 결정체들이 담겼다.
오쟁이는 바람이 잘 통하고 부숭부숭한 짚으로 만들어진다. 짚은 흔하면서도 씨앗을 상하지 않게 보관할 수 있는 안성맞춤의 재료였다.
고추오쟁이는 얼마전까지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것이었다. 처마 밑 흙토담 벽에 걸린 오쟁이는 서정이 넘치는 풍경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위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땀내가 깃든 생산적인 아름다움이었다.
인병선 짚·풀 생활사박물관장은 『오쟁이는 모든 짚그릇과 마찬가지로 벼농사가 시작될 무렵부터 만들어 사용한것으로 추측한다. 아무 장식도 기교도 없이 단순한 원시성을 간직한 형태가 이 추측을 믿을만 하게 한다』고 말했다.【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