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14일 95학년도 본고사일을 내년 1월12, 13일로 확정하자 그동안 서울대의 눈치만 보고 있던 상위권 대학들이 잇달아 입시요강을 내놓고 있다. 고려대가 서울대와 같은 날 본고사를 치르는등 입시일자 담합분위기가 역력하다. 올해와 같이 복수지원제가 유명무실해지고 중하위권 대학에 미달사태가 속출하는등 부작용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포항공대만이 유일하게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서울대와 입시일자를 차별화, 내년1월9일에 본고사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포항공대의 이같은 자신감은 한국의 MIT라는 남다른 긍지와 김호길학장의 고집에 가까운 입시철학에서 비롯되고 있다.
서울대공대와 라이벌관계인 포항공대는 94학년도 입시에서 일반전형 1백80명중 90%인 1백62명이 서울대에 이중합격, 이가운데 1백22명을 빼앗긴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특히 사상 처음 본고사에서 만점을 받은 수석합격자를 서울대로 보낸 뒤에는 「실속과 내실」 (포항공대)이 「명성과 지명도」(서울대)에 눌렸다는 비아냥까지 감수해야 했다. 이 대학 김학장은 4∼5년전 공무로 상경하면 반드시 교육부에 들렀다. 학력고사일에 앞서 먼저 특차로 시험을 보겠다는 계획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김학장은 교육법시행령의 벽을 넘지 못하다가 지난해 입시제도개혁으로 겨우 숙원을 풀 수 있었다. 포항공대는 『우리 대학에 지원하는 전체학생의 수준이 엇비슷해 서울대로 빠져나가도 성적순으로 충원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입시일자 차별화가 재수생을 줄이는 교육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당연한 이치를 다른 대학들은 언제쯤 깨닫게 될것인지 궁금해진다.
모든 대학이 명칭인플레영향으로 대학을 대학교로, 학장을 총장으로 개칭해도 포항공대만은 7년전 개교때 그대로인 것도 이 대학 특유의 자신감 때문이리라.
교육시장개방등을 앞두고 대학의 경쟁력강화 및 내실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되는 오늘 「작지만 큰 대학」인 포항공대의 이같은 행보가 크게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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