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고집땐 “추가사찰 걸림돌”/향후 남북관계 「정면대응」전략 정부가 15일 통일안보정책 조정회의를 통해 남북특사교환의 추진을 포기한 것은 향후 대북정책의 우선순위가 선핵문제해결, 후남북관계개선으로 명확하게 구분, 정리됐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내에서는 그동안 특사교환을 북·미고위급회담과 동시에 진행한다든지, 추가핵사찰 수용후 협상을 거쳐 후퇴시킨다는등 여러가지 복잡한 대안들이 논의돼 왔다. 결국 결론은 『특사교환을 더 이상 추진치 않겠다』는 명백하고 단순한 포기선언으로 모아졌다.
이영덕부총리는 이날 발표후 회견에서 『특사교환은 원래 하나의 형식에 불과한 것이고 하나의 회담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1개월전인 지난달 15일 이부총리는 자청한 기자간담회에서 『특사교환은 간접적인 정상회담으로 북한측이 남북관계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충격을 주는것』이라면서 『이를 집어치우자는 것은 민족 스스로의 해결노력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확언한 적이 있어 그동안 입장의 급격한 변화를 실감케 해주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남북대화의 형식으로 고위급회담대표접촉과 핵통제공동위를 상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핵문제가 일단락될 때까지 특사교환을 통해서 노리고 있던 포괄적인 대북관계개선시도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핵문제와 이산가족, 경협등 현안이 뒤범범이 된 대화자세를 정리한 것이다. 더욱이 북한측이 『납치로 간주하겠다』고 거듭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탈출 벌목노동자중 희망자 전원을 국내에 수용키로 한 결정도 특사교환의 포기와 불가분의 관련을 갖는 것으로 전환된 대북정책노선이 실천에 옮겨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얼마 남지 않은 카드를 쥐고 애쓰느니 새로운 「채찍」을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해 정부내 분위기의 변화를 전했다.
북한핵문제는 원래의 성격대로 국제문제의 차원에서, 남북관계는 북한의 반발을 우회하던 전략에서 「정공법」으로 대응한다는 구도이다. 우리측 입장이 이같이 낙착된 것은 최근 북한의 동향과 스스로 초래한 외교적 난국에서 탈출하겠다는 고려가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실무대표접촉을 「서울불바다」발언으로 결렬시킨 후 8·15민족대회를 개최키 위한 정당, 사회단체간 편지공세를 강화하는등 당국간 남북대화에 뜻이 없음을 더욱 명백히 하고 있다. 또 주초의 관계부처 실무협의에서는 표면적으로나마 선특사교환원칙을 고수할 경우 갈수록 발을 빼기가 어려워지고 자칫 추가핵사찰을 방해하는 걸림돌모양이 돼 버리는 엉뚱한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관계개선 과정에서 우리측이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 이영덕부총리는 『남북대화와 북미고위급회담은 언제나 연계돼 있다』고 밝혔으나 시기적인 선후관계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이는 특사교환의 경우처럼 절대선결조건으로 못박은 뒤 스스로 철회하지 않을 수 없는 경지에 빠지게 되는 우를 범하지는 않겠다는 고려인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지난해 5월25일 북한측이 특사교환을 전격제의한 이후 1년가까이 계속돼온 우리측의 「방황」은 일단락, 궁지에서 일시적으로 탈출한 셈이나 핵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책은 사실상 아무것도 나온 것이 없다는 점은 지적돼야 할 것같다.【유승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