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노동 동일조건서 경쟁”명분/WTO출범과 함께 공식논의될듯 환경기준과 노동문제를 무역과 연계시켜 새로운 국제규범으로 만들려는 논의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이른바 뉴라운드의 과제 가운데 환경과 노동분야가 가장 먼저 다자간협상(라운드)의 표적으로 떠오른 것이다.
뉴라운드의 기본 원칙은 생산비에 영향을 주는 환경 노동등 각종 요소를 최대한 평준화해 선진국이건 후진국이건 동일선상에 서서 국제경쟁을 해보자는 취지다. 아직 걸음마도 제대로 못하는 아기에게 국제규격에 맞는 체조를 하라고 강요하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환경라운드(GR:GREEN ROUND)는 환경보호를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 무역규제조치의 내용과 한계, 조치방법, 분쟁해결절차등에 관해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납득하는 규범을 만들자는 얘기다. 기준에 미달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수출입을 금지하거나 환경비용에 상응하는 금액을 관세로 물리는 행위를 국제규범으로 공인해 주려는 움직임이나 다름없다. 선진국보다 국내 환경보호기준이 낮은 나라의 입장에선 당연히 생산비에 추가부담이 생기고 최악의 경우 공정개선이나 대체물질개발 기술이 없어 선진국에 예속되는 상황이 생길수도 있다.
이번 마라케시 UR각료회의는 각료결정을 통해 환경과 무역에 관한 논의를 향후 세계무역기구(WTO)의 공식적인 과제로 채택했다.
겉으로는 몬트리올 의정서, 기후변화협약, 바젤협약등 그동안 산발적으로 제기된 순수 환경보호차원의 국제협약들이 WTO체제와 무리없이 공존할 수 있느냐를 따져본다는 형식을 취하고는 있다. 하지만 90년 발효돼 미국의 배기가스오염기준도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자동차는 수입을 금지하는 「대기정화법」에서 보듯 GR가 노리는 바는 명백하다.
개도국과 후진국들에 지구환경 보호라는 거스를수 없는 명분을 제시한 뒤 선진국으로부터 쌍무 차원의 일방적 규제를 당하기보다 라운드형식의 다자간 채널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을 찾으라는 것이다.
노동라운드(BR:BLUE ROUND)는 아직 기본개념이 명확히 규정되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근로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상품에 대해 국제교역을 제재하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이번 마라케시회의에서는 WTO준비위 설립에 관한 각료결정문 조항에 『WTO가 노동문제등 추가적인 항목을 포함하는 제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단서 형식으로 살짝 포함됐다.
하지만 마라케시회의에 참석한 선진국 대표들은 거의 대부분 노동문제가 WTO체제에서 공식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다. 브리튼 유럽연합(EU)대외집행위원이나 캔터 미무역대표부(USTR)대표, 롱게 프랑스통상장관등은 약속이나 한듯 WTO발효와 동시에 BR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들이 BR논의를 제기하는 배경은 자국의 높은 실업률을 해소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담고있다. 싼 인건비로 비교우위를 가진 개도국들의 근로조건을 높임으로써 반사적으로 선진국의 노동집약적 산업이 경쟁력을 회복케 해 실업률을 낮춘다는 취지다. 미국의 산별노조 AFL― CIO나 EU의 유럽노조연맹(ETUC)이 하나같이 BR에 강력한 지지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게파트미상원의원은 지난달 노동·환경 301조법안을 상정하겠다고 천명했다. 노동 환경분야에 취약한 아시아 개도국을 겨냥한 새 통상압력이 틀림없다.【마라케시=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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