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관계 고려 「난민」 인정안해/인도적차원 거주권 선별부여 러시아는 하바로프스크주등 시베리아일대에 흩어져있는 북한벌목장의 인권문제가 더이상 국제문제로 비화되지 않기를 바라고있는 입장이다.
탈출한 벌목장노동자들이 북한측의 인권탄압실태를 폭로하면서 파장이 의외로 커질 조짐을 보이자 러시아측은 서둘러 북한측에 인권개선을 요구하는등 진화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최고회의(의회)인권위원회의 코발레프위원장이 이끄는 의회조사단이 현장을 방문,실태조사활동을 벌이기도했다. 인권위원회 조사보고서는 당시 북한측이 노동자들에게 지나친 노동을 강요,인권이 크게 침해되고 있다며 정부측에 시정을 촉구하도록 건의했다.
러시아의 이같은 움직임은 구소련 시절만하더라도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당시 모스크바당국은 조소임업협정에 따라 북한이 벌목장에서 자국노동자들에게 어떻게 대우하고있는지를 크게 문제삼지않았다. 오히려 KGB측이 탈출한 북한노동자를 체포,신병을 넘겨줄 정도로 협조적이었다. 하지만 구소련붕괴후 러시아측은 벌목장문제를 새로운 접근방법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하고있다.
현재 러시아와 북한측의 임업협정은 지난해 말로 시한이 만료됐으나 양측은 서로의 필요성에 의해 이를 연장할 의사를 표명하고있다. 지난1월께 러시아측은 임업협정대표단을 평양에 파견,북한측과 연장협상을 벌였으나 벌목장에 대한 사법권관할문제등에 관해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끝내 결렬됐다.
러시아측은 기본적으로 벌목장노동자에 대한 인권을 보장하는 조치가 마련될 경우 협정을 연장할 방침이다. 시베리아 벌목장은 기후등 노동조건이 워낙 열악해 러시아인 노동자가 작업을 기피하는데다 상당한 벌목장임대료와 목재에 대한 지분등 경제적 이득을 챙길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하바로프스크주 지방정부와 역내 목재관련 업계등에서는 임업협정연장을 중앙정부에 강력히 요청하고있다.
러시아측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때 임업협정이 연장되기를 바라고있으나 탈출노동자가 속출하는등 인권문제가 해결되지않고 있어 속앓이를 하고있는 상태다. 탈출한 북한노동자의 지위나 러시아와 남북한간의 관계로 볼때 해결이 쉽지않은 게 현실이다.
러시아측은 벌목장을 탈출한 노동자를 정치적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법상으로도 이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디지못해 작업장을 탈출한 단순노동자일뿐 정치적 요인에 의한 난민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엔고등난민판무관의 유권해석도 러시아의 견해와 다르지 않은것으로 알려지고있다.
러시아측은 한국측의 입장을 감안, 이들을 무작정 정치적 난민으로 인정하지않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아직은 벌목장을 계속 유지해야하는데 자칫하면 북한측과의 관계가 크게 악화돼 예기치못한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문제를 잘못 다룰경우 현재 구소련각공화국에서 유입되는 엄청난 숫자의 난민까지 모두 수용해야하는 부담을 질수도 있다.
러시아측은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위해 인도적 차원에서 탈출한 북한노동자들이 러시아거주권을 요청할 경우 사안별로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탈출한 북한노동자들중 5명이 러시아거주권을 받았으며 앞으로도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면 이를 허락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측이 북한노동자문제에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러시아측은 주권이 침해당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불쾌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러시아측은 이 문제가 될수 있으면 확대되거나 분쟁의 소지가 되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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