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교육의 「12세 환갑론」은 이제 언어학자들만이 아는 이론이 아니다. 웬만한 지식층이면 다 아는 얘기다. 외국어도 12세 이전의 어릴 때부터 가르치면 모국어와 다름없이 할 수 있다 해서 「어려서 가르칠수록 좋다」는 외국어 조기교육론이 강하게 제기되는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국제화」를 외치고 있다. 우리 뿐 아니라 세계 각나라들은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대비책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는것이 요즘의 새로운 국제조류라 할 수 있다. 치열해질 국제경쟁의 시대 속에서 적자생존하려면 세계언어의 제왕격인 영어를 지금부터라도 우리 2세들에게 조기교육시켜야 하고 또 중·고교의 영어교육을 「듣고 말하기」위주로 가르쳐야 한다는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설득력을 갖게 됐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의 영어교육은 공식적으로 가르치는 시기가 중학교에 입학하는 12세가 돼야 시작된다. 너무 늦은게 사실이다. 가르치는 교과서내용이나 교육방식과 영어교사들의 실력수준도 「말하고 듣기위주」의 교육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단어와 문법을 주입식으로 가르치고 외우게 하며 문장을 해독하는 독해력 위주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중·고교 6년동안에 영어교육을 받거나, 대학 4년까지 합친 「10년 영어공부」를 하고서도 회화 한 마디를 제대로 못해 외국인 앞에서 쩔쩔매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것이다.
우리의 2세들이 외국유학을 갈 경우 영어의 문법실력이나 독해력 그리고 암기하는 영어어휘 수효는 영어를 상용하는 나라의 2세들에게 뒤지지 않으면서도 「듣고 말하는 실력」이 형편없어 「귀와 입이 틜때」까지 한동안 불이익을 받는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영어회화에 서툴고 외교관들마저 영어를 가장 못하는 수준이라는 나쁜 평을 들어야 하는것도, 외교무대에서 협상력이 터무니없이 빈곤한 원인의 하나도 중·고교 영어교육의 잘못 때문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 모두가 잘못된 영어교육의 부끄러운 현주소다.
교육부는 이처럼 잘못된 중·고교의 영어교육을 「듣고 말할 수 있는 교육」으로 대전환하기 위해 내년부터 사용될 중학교 영어교과서부터 회화 위주로 바꾸고 96년까지는 고교의 영어교과서도 개편키로 했다고 한다. 너무 때늦은 자각이다. 만시지탄의 감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환영하며 적지않은 기대를 걸어본다. 때문에 중·고교과정의 영어교과서를 의사소통 위주로 바꾸고 듣기교육의 보조자료를 개발하는데 영어상용국의 도움도 받고 원음에 가까운 테이프등 보조교재를 만들어 공급하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 영어교사들의 재교육도 시급한 일이다. 그래야만 산 영어교육이 가능해진다.
장기대책으로는 영어를 정확하게 말하고 가르칠 수 있는 영어교사양성이 가능할 수 있도록 대학영어교육학과의 교육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학습자료개발에도 투자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영어교육」은 성과를 거둘 수 없다. 교육부와 정부의 예산당국이 잊어서는 안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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