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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협정서명 연기 결정(앞과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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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협정서명 연기 결정(앞과뒤)

입력
1994.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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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 독자건의­정부측선 이총리 단안 주장/「여론 무마용」불구 큰일 이룬것처럼 서로나서 12일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열린 UR각료회의에서 정부가 당초 서명하기로 했던것은 UR최종의정서, 세계무역기구(WTO)설립협정, 정부간 조달협정(4개 복수국간협정)등 세 가지였다. 이중 WTO설립협정에 한해 지난 9일 정부는 서명을 연기한다고 결정했다. 회의를 불과 6일 앞두고 WTO설립협정서명을 잠정연기키로 한 결정은 어떻게 나온것일까. 누가 결정을 했는지를 놓고 얘기가 제 각각이어서 흥미를 끌고 있다.

 먼저 민자당은 세 가지 모두를 서명하려던 정부측에 자신들이 제동을 걸어 결정토록 했다고 말한다. 정부측에선 당정협의에서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못내린것을 이회창총리가 단안을 내렸다고 다소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당정간에 서명연기문제가 본격논의되기 시작한것은 야당의 UR공세가 한창이던 지난주초. 민자당은 이때 행정부의 난색에도 불구하고 WTO설립협정 서명연기를 주장했고 이를 당의 독자적 의견으로 채택, 김종필대표가 8일 있었던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건의해 대통령의 OK사인을 받아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측에서 흘러나온 얘기는 이와 다르다. 당정협의에 나온 민자당의원 4명도 연기여부를 놓고 2대2로 찬반의견이 갈라졌고 정부부처간에도 역시 의견이 엇갈려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일괄서명」과 「WTO설립협정서명만 연기」라는 두가지 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해 최종결심을 하도록 했다는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안 이총리가 『UR문제만 나오면 겁내는데 그렇다고 대통령에게 결정을 미루는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후자를 선택, 김대표의 청와대 주례회동 이틀전에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것이다.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는 확실치 않고 어쩌면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사실 WTO설립협정 서명연기는 시간을 벌어 국내여론을 무마한다는 정치적 이유 외에는 별 실익이 없다는 말도 있다. 내용수정과는 무관한것으로 어차피 서명할것을 몇개월 연기하는것에 불과하다는것이다. 효과라곤 「UR에 최선을 다했다」는 모양갖추기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당정은 세 가지를 모두 서명하지 않으면 국제무대에서 외톨박이가 될것이라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누구도 WTO설립협정의 서명에 한해서는 시간적 여유가 있음을 말하지 않았었다. 『UR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지적엔 침묵만 하던 정부와 당이 WTO설립협정을 연기하면서 마치 「큰일」이라도 한것처럼 서로 나서고 있는것이다.【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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