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국민들은 위법·불당한 행정, 또는 실수·오판에 따른 행정에 의해 숱한 피해와 고통을 당하고도 이를 소구·시정·해결하기가 지극히 어렵기만 했던게 현실이었다. 그런 점에서 「행정규제 및 민원사무기본법」에 의해 국무총리직속의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발족은 그같은 피해를 보상받고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게됐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고충처리위는 1809년 스웨덴에서 시작된후 북구는 물론 미국, 영국, 캐나다등에서 부분 실시되고 있는 행정옴부즈만제도, 즉 행정감찰관제도다. 행정옴부즈만은 입법부에서 선출되나 독립된 지위에서 직권을 행사, 위법·부당한 행정행위로 피해를 입었을 때 이를 공정·공평하게 또 신속정확하게 조사하고 해결하여 오늘날 이들 나라의 맑고 적법한 행정의 길잡이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훌륭한 제도를 도입했다해서 이 땅에 가까운 시일안에 구미수준의 깨끗하고 적법한 행정이 정착되기에는 너무나 문제점이 적지않다. 첫째는 고충처리위가 구미처럼 완전한 독립기구가 아니어서 과연 얼마 만큼 행정기관의 민원처리상황을 성실하게 감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총리직속기구로서 실무요원들은 총무처의 지원을 받게 되어 있는 것이다.
둘째, 정부에 대한 각종 민원중 고충처리위는 위법·부당한 행정에 대한 민원을 받게 되는 셈인데 현재 중앙 및 지방등 전국적으로 제기되는 그같은 엄청난 량의 민원을 어떻게 일일이 조사, 처리할 것인가가 역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부당행정에 대한 민원은 정부의 중앙합동민원실과 각급 행정기관산하의 민원실, 국회청원, 감사원의 민원신고센터와 핫라인(전화민원)방식등이 있는데 이들이 신속성과 효율성을 기대하여 고충처리위에 몰릴 여지가 다분히 있는 것이다.
셋째, 해당 행정기관의 시정·해결 자세다. 즉 고충처리위는 조사결과 위법·부당한 행정에 대해 관계기관의 장에게 적절한 시정조치를 권고할 수 있고(법26조) 기관의 장은 권고를 받은 날로부터 30일안에 처리결과를 통보하도록 되어있으나(28조) 지체 또는 묵살할 경우 이를 처벌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공직자들이 무사안일과 복지불동으로 보신에 급급한 상황에서 얼마나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할지 의문이다.
끝으로 국민들은 고충처리위에 기대를 하면서도 한쪽으로는 의구심을 갖는다. 그것은 새정부 출범후 거창한 개혁목표를 내세우고 각종 위원회가 발족됐지만 기대에 크게 못미치기 때문이다. 행정쇄신위는 행정기구 전반에 대한 감량·개편은 손도 못댄채 부분적 제도·관행의 개선에 그치고 있고 불정방지위는 눈치 살피기에 급급하고 있으며 농어촌발전위와 교육개혁심의위는 이제 가동에 들어간 상태이기 때문에,고충처리위 역시 법적기구이긴 하나 자칫 유명무실화하지 않을까 여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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