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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수장의 방미/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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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수장의 방미/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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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 고어냐 임시국회냐』 민주당이 상무대비자금사건등 현안을 고리로 걸어 임시국회소집을 강력히 요구한 11일, 이기택민주당대표는 방미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미국을 방문, 고어부통령등 미정계의 거물들과 만나기로 돼있는데 국내정치가 계속 긴박한 상황일 경우 떠나기가 어려운 형편인것이다. 이날 대표실에서 이중재고문 권로갑최고위원 박상천 강수림의원등이 임시국회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동안에도 이대표는 내내 침묵, 그 고민의 농도를 짐작케했다.

 이대표의 방미는 오래전부터 추진돼 「4월19일∼5월2일」의 12일간 일정으로 사실상 확정돼있는 상태다. 방문지도 워싱턴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로 정해져 있고 고어부통령을 비롯, 갈리UN사무총장 폴리하원의장 하원의 게파트민주당총무 미첼공화당총무등도 면담키로 돼있다.

 뿐만아니라 조지 워싱턴대, 내셔널 프레스클럽, 아시아 소사이어티, 코리아 소사이어티등에서 연설도 하고 뉴욕 타임스지와의 인터뷰도 예정돼 있다. 실리콘밸리의 첨단컴퓨터단지도 들르며 한인단체와 교민들의 행사에도 참여한다.

 『공들여 준비했다』는 이대표 주변인사들의 말을 굳이 감안하지않더라도, 일정만으로도 상당히 화려한 느낌을 준다. 이 일정에 의하면 이대표는 미정계거물들과 북한핵문제 동북아정세를 논의하고 유수한 미국언론들에 한국야당대표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또한 실리콘밸리에서 미래를 중시하는 정치스타일을 과시할 수도 있고 교민들과 친근한 유대를 맺을 기회도 갖게 돼있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든 탐나는 행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정국이 UR 조계종사태 상무대정치자금의혹등으로 긴장국면이 조성돼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특히 민주당이 현정부 출범이후 가장 강력한 대여공세를 퍼붓고 급기야 야당단독의 임시국회까지 추진할 움직임이다. 이 급박한 소용돌이속에서 주도권을 쥔 야당의 수장이 외국으로 나간다면 아마도 의견이 분분할것이다. 우선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쏟아질것이 뻔하다. 물론『야당대표의 외교도 중요하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을 수 있다. 또한 그때의 상황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판단과 선택은 이대표의 몫이다. 하지만 이대표는 가도, 부도 아닌채 침묵만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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