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하오 전국승려대회가 열린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은 긴장과 숙연함, 열기와 함성이 뒤섞여 있었다. 조계사 경내는 3천여명의 승려·신도들로 발디딜틈이 없었다.범승가종단개혁위(범종추)소속 젊은 비구·비구니들이 주축이었지만 법랍 20∼30여년 이상이 됐을 듯한 중진스님들도 적지 않았다. 1천여명의 남녀 대학불교학생회원들과 일반 불자들은 마땅히 설 자리조차 없자 범종루에까지 올라갔다.
2천여명의 참가승려는 조계종단 전체 재적 승려 7천명의 30%에 이르는 수였다. 해인사의 한 승려는 『여러차례 승려대회에 참석했으나 오늘같은 열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폭력배들이 승복을 입고 대회를 방해하려 한다』는 소문이 떠돌았으나 장삼에 가사까지 차려 입은 승려들은 『이제 누구도 개혁대세를 막을 수 없다』며 담담했다. 혜암원로회의의장등 원로스님 8명이 경호를 맡은 호법승려들의 부축을 받으며 조계사로 들어서자 승려·신도들은 환호했다.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는 삼귀의염불로 시작된 대회는 경건하면서도 활기가 넘쳤다. 승려들은 『수십년 누적된 종단의 부정과 타락을 바로 잡아 청정한 승풍을 이루지 못하면 한국 불교는 살아날 수 없다』고 개혁의 당위성을 외쳤다. 비구니들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이들마저 있었다.
「파사현정의 깃발을 세우게 하소서」라는 발원으로 대회를 마친 승려들은 칠순이 넘은 혜암스님이 앞장 서 종단기능의 상징인 총무원 건물을 「접수」하러 나섰다. 연약한 비구니들도 마스크로 「복면」한 50여명의 총무원 승려들이 아래로 퍼붓는 소방호스의 거센 물줄기를 맞으며 뒤따랐다. 그러나 총무원 접수는 총무원측의 「시설보호」요청을 따른 경찰의 제지로 결국 좌절됐다.
총무원 건물을 둘러 싼 공방에 얽힌 양측의 정통성 다툼을 「2천명대 50명」의 숫자비교만으로 가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통」을 주장하는 총무원장은 행적조차 묘연한 채 쇠창살과 철문으로 요새처럼 만든 총무원을 지키는 복면승려들과, 원로스님들을 에워싸고 물줄기를 맞는 비구니들의 모습을 보면서 『현 사태는 종단분규가 아니라 개혁운동』이란 한 신도의 외침이 다시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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