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의 분규해결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극적인 사태진전이 없는한 분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10일 조계종의 개혁을 요구해온 「범승가종단개혁추진회」(범종추)의 주도로 조계사에서 열린 승려대회는 서암종정을 불신임하고 서의현총무원장을 해임하는 한편 종단개혁의 방안을 발표하는등 갖가지 초종헌적인 결의를 했으나 총무원측이 이날 대회의 합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격함에 따라 분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더구나 범종추측이 힘으로 총무원건물 접수를 시도하는 최악의 사태까지 이르고 보면 조계종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서암종정은 9일 하오 「10일 열리는 승려대회는 종단의 분열과 법통의 단절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금하며 종단수습을 위해 원로회의를 비롯, 중앙종회와 집행부 및 법종추대표로 수습대책위원회를 구성하라」고 교시함으로써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종정의 교시는 결과적으로 원로회의가 결정한 전국승려대회의 합법성을 부인한 것으로 이에 범종추를 지지하는 원로스님 8명이 10일 모임을 갖고 서암종정이 승려대회를 중지하라고 교시를 내려 종헌질서를 어지럽혔다고 불신임경고까지 함으로써 원로회의마저 분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조계종사태는 승려대회를 계기로 일부 원로스님을 포용한 총무원측과 개혁세력간의 총체적 대결국면이란 가장 개탄스러운 양분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조계종에 수많은 분규가 있었으나 종정만은 항상 거리를 두는 초연한 위치를 견지해왔다. 이 때문에 종정의 교시는 그만큼 권위가 있었다. 이번 사태는 종정까지도 휘말린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종단의 「큰어른」의 지위까지 흔들리는 조계종의 전례없는 상황에 승려 모두가 책임을 져야한다.
현재로서는 합법적 절차에 의한 개혁을 주장하는 총무원측과 초종헌적 개혁을 외치는 범종추측이 타협을 하지 않는 한 빠른 사태수습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계종단에 적을 두고 있는 승려는 모두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부로 느껴야 한다. 국민들은 개혁바람속에서 이를 거스르고 있는 조계종의 법난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50년대 정화불사를 거쳐 62년 총무원체제가 출범한 후 조계종의 분규는 끊임없이 계속돼왔다. 수많은 종교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중생을 계도하기 위해 속세를 떠났다는 스님들이 모인 종단에서 분쟁과 폭력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모든 승려가 답할 차례라고 생각한다.
총무원측이나 범종추측이나 출가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개혁」이란 공동 목표아래 머리를 맞대야 한다. 대화와 양보없는 분규의 장기화는 조계종단뿐만 아니라 불교계전체를 위해서 불행이고, 국민들이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