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사찰 2천여 승려참석/서암 전 종정 등 기립박수속 입장/총무원 새로단 철문닫고 외부접촉 끊어/경찰 “신변” “시설” 다른 보호요청에 머쓱 전국승려대회가 열린 조계사는 10일 아침부터 긴장된 분위기속에 개혁세력과 총무원측의 충돌이 우려됐으나 승려대회의 열기가 압도한 탓인지 별다른 사태없이 진행됐다.
○…승려대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는 10일 상오부터 지방 각사찰의 승려·신도들이 사찰보유차량과 전세버스편으로 속속 도착, 하오 1시의 대회가 시작되기 훨씬 전에 주변 도로와 주차장마다 큰 혼잡을 이뤘다.
조계사 대웅전 앞 마당에 모인 승려들과 신도들은 대회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발디딜틈 없이 대회가 「성황」을 이루자 한결같이 『불제자들의 공통된 뜻이 무엇인지 뚜렷이 드러난 이상 서의현총무원장도 더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속리산 법주사에서 신도 80여명과 함께 상경한 무진스님(73)은 『승려대회를 계기로 조속히 종단이 제 자리를 찾기를 기원한다』며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마당에도 서총무원장이 물러나지 않는 것은 종단의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불교개혁을 지향하는 신도모임인 「재가불자연합」의 이문옥공동대표(전감사원감사관)는 『이번 사태를 「종단내분」이나 「승려들간의 분규」로 표현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조계종단의 근본 개혁을 바라는 마음은 일반 신도들이 한층 크다』고 강조했다.
○…하오 1시께 서옹전종정과 혜암원로회의 의장직무대행 등 8명의 원로스님들이 대회장에 들어서자 2천여명의 승려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맞았다. 원로스님들이 들어 온 조계사 후문에는 1백여명의 젊은 「호법승려」들이 양쪽으로 도열,보행이 불편한 원로스님들을 부축해 안내했다.
○…하오 1시20분께 「삼귀의」염불로 시작된 대회의 안내문에는 당초 서암종정의 「교시」순서가 인쇄돼 있었으나 「법어」로 고쳐졌다.
○…총무원측은 총무원 건물입구에 새로 설치한 5㎝ 두께의 철제 자동문을 일찌감치 걸어 잠그고 전화도 받지 않는 등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채 승려대회의 귀추를 긴장속에 지켜봐 바깥의 열띤 분위기와는 대조적이었다.
○…범종추측이 전날부터 승려대회를 준비한 조계사 주변에는 「총무원측이 폭력배들을 승려로 위장시켜 대회를 저지하기 위해 헌 승복을 사들이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떠돌았다. 주최측은 이에 따라 이날 아침 재가불자연합의 청년회원 2백여명을 동원해 조계사로 들어 오는 모든 길목을 지키는 한편 참가자들에게 비표를 나눠주는 등 경비에 신경을 썼다.
○…조계사 대웅전앞 승려대회장에는 동국대와 승가대에서 가져온 의자 1천여개가 가지런히 놓였고 대웅전 정면에 대형 괘불이 걸렸다. 대웅전 주위에는 중앙승가대학등 참가단체들이 내 건 「원장퇴진 불교개혁」 「신명을 바쳐 종단을 개혁하자」는 등의 플래카드 30여개가 걸려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조계사주지 현근스님은 『범종추에서 1주일전 대회장소 사용요청을 해 허가해 주었다』고 밝혔다.현근주지는 『총무원이 조계사안에 있을 뿐인데 조계사가 폭력집단과 연계된 것처럼 알려져 2백명정원인 기초교리강좌에 30%도 등록하지 않아 개강을 연기하는 등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경찰은 폭력사태재발을 막기 위해 전경 15개중대병력을 배치,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은 이날 『종교행사로서 자율질서에 맡긴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폭력사태에는 즉각 개입,엄중조치한다는 내부방침을 시달하고 대회장 주변 움직임을 일일이 사진채증했다.경찰 관계자는 『총무원측이 9일 시설보호요청을 했고 범종추도 10일 신변보호요청을 해 어느쪽 편을 들 수 없는 입장』이라며 『유행어대로 「여법히」 대응할뿐』이라고 말했다.
○…범종추 집행위원장 효림스님은 하오1시20분께 최기문종로경찰서장과 총무원 총무부장 허현스님에게 『종단개혁과 총무원장사퇴가 대세인 만큼 승려대회가 끝난뒤 총무원을 접수하겠다』고 통보했다.【권혁범·김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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