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카와(세천)총리가 8일 사임을 표명했다. 자신의 1억원 차입금문제등이 예산안심의에 장애가 되고 정치적 공백을 초래한데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후임총리가 누가 될 것인지 정권의 형태가 어떻게 될 것인지 아직 불투명하지만 우선 내외에 문제가 산적해 있는 중대한 이 시기에 후계정권발족까지의 정치공백을 최소화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차기정권의 구성과 성격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차기정권은 기본이념에 충실하고 국민생활에 중요한 정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정계재편성을 한뒤 구성해야 한다.
둘째, 명확한 정치이념을 뒷받침하는 정책으로서 긴요한 것을 들자면 경기회복, 세제개혁과 장기적인 복지비전, 일미관계의 타결, 유엔 안보리의 참가문제와 북한의 핵개발의혹에 대한 위기관리등이다. 셋째, 이같은 정책수행에 장애가 되는 세력과는 손을 잡아서는 안될 것이며 이념과 정책이 다르면서도 각 당이 야합해 정권유지를 꾀하는 일도 있어서는 안된다. 넷째, 자민당은 언제까지고 야당의 입장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책임을 분담할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다섯째, 만약 현재 이념과 정책을 공유하는 안정되고 강력한 신정권이 탄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예산이 편성될 때까지는 선거관리내각을 유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산편성후 경기의 동향을 보아가며 현행선거제하에서 중의원을 해산하고 안정스런 정권을 수립하고 보다 확고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정계에는 대폭적인 연립정권재편론이 현실성을 띠고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의 국민복지세 구상 철회에서 드러났듯 이념과 정책이 다른 7개정당 1개정파에 의한 연립정권의 한계는 곳곳에서 노정되고 있다. 우리가 국민생활에 중요한 정책과 기본이념을 중심으로 정계가 재편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적 공백은 피해야 마땅하지만 불안정하고 실행력을 결여하고 있는 졸속정권이 나와서는 안될 것이다.
일본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과제는 산적해 있고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문제로는 장기불황으로부터의 탈출과제가 있다. 바야흐로 회복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경기를 어떻게 본격적인 궤도에 올려놓느냐가 최대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규사업등이 포함돼 있는 예산안이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예산안심의의 지연은 경기회복의 싹을 자르는 일에 다름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예산안의 편성을 서둘러야 한다. 또 총리의 퇴진표명후의 정국혼란을 피해 여·야당은 내외의 긴급한 과제에 대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세제도 서둘러 정비해야 할 것이다.【정리=이창민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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