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안 폐허방불… 10여명부상/경찰,새벽해산 백50여명연행 조계종사태의 대세를 가름할것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은 전국승려대회는 조계종 승려 2천여명과 신도 5백여명이 참가, 개혁을 바라는 불심이 넓게 퍼져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종단의 법통을 놓고 개혁회의와 총무원으로 종단이 양분된 가운데 개혁회의측이 총무원 건물 점거를 기도, 충돌하면서 1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총무원진입◁ 승려대회가 하오 3시50분께 끝난 뒤 대회장 혜암원로회의의장은 『총무원을 접수하겠다』고 공식선언, 직접 마이크를 잡고 『총무원직원들은 문을 열어주기 바란다. 열지 않으면 부수고 들어가겠다』고 경고했다.
대회장 경호를 맡은 「호법승려」 2백여명과 일반신도 1백여명은 조계사 양쪽 입구를 차단, 경찰의 진입을 막은채 박수로 호응했고 비구승 5백여명이 원로스님 주변에서 『총무원을 비우라』고 구호를 외쳤다.
총무원 건물안에 있던 승려 60여명은 이에 맞서 확성기를 통해 서암종정이 9일 발표한 「승려대회금지」교시를 반복해 낭독하고 교시문을 복사한 유인물을 뿌렸다.
승려대회에서 종단의 임시최고집행기구로 새로 구성된 개혁회의측은 하오 4시30분께 총무원의 철제 현관문을 전기드릴로 뚫기 시작했으며 10여명의 승려들이 사다리를 걸고 2층 베란다로 올라갔다. 이어 하오 4시50분께 2층을 통해 들어간 승려들이 절단기로 잠금장치를 뜯어내 철제문이 열리자 혜암스님을 선두로 원로스님들이 승려 1백여명의 호위를 받으며 1층 법당으로 들어섰다.
개혁회의 승려들이 3층복도에 설치된 철제문을 뚫고 4층으로 올라가려 하자 총무원 승려들은 바닥에 석유를 부어놓고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고 음료수병을 던지면서 강력히 저지, 보성스님이 이마와 눈을 심하게 다치는등 1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투입◁ 경찰은 양측의 충돌위험이 높아지자 하오 5시께 9개중대 1천여명의 기동대원을 조계사 경내로 투입했다.경찰은 먼저 한국일보사 주차장쪽의 후문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개혁회의 승려들과 신도들이 몸으로 저지하자 심한 몸싸움끝에 30여분만에 비교적 저항이 적은 정문을 통해 경내로 들어가 총무원 앞마당을 장악했다.
경찰은 이어 총무원 앞에 있던 승려들을 밀어내고 현관문앞까지 진출했으나 건물 1층에 들어간 1백여명의 개혁회의승려들이 철제문을 잠그는 바람에 건물안으로 들어가지 못한채 승려들의 추가진입을 막았다.경찰과 승려들의 몸싸움 과정에서 봉은스님등 3명이 졸도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경찰관 2명도 부상했다.
경찰은 『문을 부수는등 기물파손이 발생했고 충돌이 예상돼 예방차원에서 개입했다』고 밝히고 건물에서 나올것을 설득했으나 실패하자 하오 7시10분께 사다리를 이용해 2층으로 병력을 투입, 2·3·4층을 장악하고 양측을 격리하는데 성공했다.
경찰은 총무원 승려 58명은 5층 법당에, 개혁회의 승려 1백19명은 1층 법당과 3층 규정부 사무실에 각각 격리시킨채 해산을 종용하다 11일 새벽 2시께 강제해산에 나서 양측 원로·간부스님들을 제외한 1백50여명을 연행했다. 경찰은 연행된 승려들중 폭력을 행사하고 기물을 파괴한 승려를 가려내 모두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양측의 충돌과 대치로 총무원 건물안은 통로마다 책상 탁자와 책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유리창이 깨지는등 폐허를 방불케 했다. 또 경찰이 절담장에 사다리를 놓고 진입하는 바람에 담장이 무너지고 큰 장독 10여개가 깨졌다.【김성호·김동국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