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정 제쳐두고 개혁세력 진두지휘 10일 새 원로회의 의장에 추대된 혜암스님은 45년 해인사에서 득도했다. 1920년 3월 20일생으로 본명은 남영이다.
해인사 총림부방장으로 있다 지난해 11월 성철종정의 입적으로 방장자리를 물려 받았다. 불교계에선 성철종정의 뜻을 정확하게 헤아렸던 몇안되는 큰 스님중 한분으로 평가받고 있다. 혜암스님은 그러나 세사와 불사 모두에 초월적 자세를 견지했던 성철스님과 달리 누란의 위기에 처한 불교계구원에 몸소 나섬으로써 「행동」으로 성철스님의 뜻을 이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원로회의를 진두지휘하며 불교 개혁세력의 정신적 지주로 떠오른 혜암스님이 이번 사태해결을 위해 첫 거행을 한 것은 지난 5일이었다. 의장인 서암종정을 제치고 부의장 직권으로 원로회를 전격 소집, 서총무원장 즉각사퇴를 결정했다. 원로회 의원들의 평소 성향이나 서원장과의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3연임 인준거부결의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일반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결정이었다. 서원장퇴진에 대한 혜암스님의 의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원로회의 결의에 뒤이은 개혁세력의 줄기찬 공세에 주춤거리던 총무원측은 9일 서원장의 요구에 따라 원로―중진연석회의를 소집했다. 혜암스님은 이 회의를 「국면전환을 위한 총무원측의 기도」로 규정, 같은날 별도의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원장퇴진을 거듭 촉구했다. 연석회의 후 발표된 서암종정의 전국승려대회 금지교시도 물론 거부했다. 성사여부가 불투명했던 승려대회가 10일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었던 것도 혜암스님 덕분이었다.
혜암스님은 승려대회가 개최되기 4시간 전 원로스님 9명에 의해 새 원로회의장으로 추대됐다. 현 의장인 서암종정을 더이상 믿을 수 없다는 원로회의 의지표현이자 서암스님을 정점으로 한 보수세력과는 분명한 선긋기를 한 셈이었다. 두동강난 조계종의 한쪽을 걸머지게된혜암스님의 거취가 더욱 주목받게 됐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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